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학업 생활을 하였는데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가 이 작품에서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반영시키면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배반>에서 이방인이란 '우리 모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야기의 전반부에서 이방인은 아프리카 안에서의 영국인이다. 음중구 영국인 마틴 피어스는 무리에서 벗어나 참변을 당해 생사를 오고 갈 때 하사날리에게 구조되었다. 다수인 아프리카인들과 다르게 생김새가 다른 마틴을 하나살리가 집에 데려오자 그의 누이며 다른 사람들은 낯섦과 두려움 때문에 그를 비난한다. 후반부에서 또 다른 이방인은 새로운 세상이 궁금해 영국으로 간 라시드의 이야기다.
저자가 말하는 이방인은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미시적인 관점으로 다수의 사이에 있는 소수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마틴 피어스도 라시드도 우리도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든지 이방인이 될 수 있으며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제목을 <배반>이라고 지었는지 짐작이 갈 것만 같기도 했다. 마틴 피어스가 임신한 아내 레하나를 배반한 것, 라시드가 고의는 아니었지만 가족과 고향을 배반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간 것은 시대적인 상황과 각자의 사정에 의해 벌어진 가슴 아픈 일임을 볼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자책감, 괴로움은 서로에게 괴롭다.
전체적으로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서 인물들 각각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식민지 시대 상황에서 인종을 뛰어넘은 사랑, 인물들 간의 이어지는 이야기, 그 안에서의 배반 등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자전적인 면모를 여실히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저자의 전 작품을 보았었고 이 책을 설명해 주는 글귀를 보았을 때도 단순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겠다 생각했지만 읽고 난 후 역시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일까? 일목요연하게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