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히너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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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희곡을 쌀국수에 비유해서 서평을 쓴 적이 있었다. 쌀국수를 싫어했는데 나의 선입견이었다는 경험이었고 나에게 희곡이라는 작품이 딱 그 예시와 적절하였다. 한번 매력을 느끼고 나니 쌀국수가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희곡도 한번 매력을 알게 되니 이제는 거리낌이 없고 희곡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희곡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인물의 말인지를 헷갈리지 않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뷔히너 전집>은 요절한 안타까운 독일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다. 독일이라 하면 철학의 나라가 저절로 떠올라 나에게 독일 문학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호흡이 짧아 처음 도전하는 독일 문학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읽어보았다.

<뷔히너 전집>은 '당통의 죽음', '보이체크', '레옹스와 레나', ;렌츠', '허센 지방의 전령', '뇌신경에 관한 시범 공연'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철학적인 요소들을 각각의 작품들에서 짙은 색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들 중에 <당통의 죽음>, <보이체크>, <허센 지방의 전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통의 죽음>은 '혁명'이라는 목표를 가졌으나 두 당파 간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에베르파와 당통파는 두 진영의 군대처럼 두 패로 나뉘어 있지만 좇는 목표는 동일하다. 에베르파의 로베스피에르는 당통파가 민중의 입법자라면서 악덕과 사치가 예전의 고관대작들에 뒤지지 않으니 민중의 수탈자라고 비판한다. 또한, 당통은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일을 그만하고 싶으나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을 절반 밖에 완수하지 못했으며 악덕은 처벌되어야 하고 미덕은 공포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혁명'의 배경지식을 있었다면 이 작품을 온전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지만 작품 해설 덕분에 이해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첫 작품부터 혁명을 다룬 이야기로 강렬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보이체크>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가난한 보이체크는 의사 밑에서 부업을 하면서 아내 마리와 갓난 아기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내 마리의 부적절한 행동에 화가 난 그는 살인을 저지른다. 굶주림, 증오, 질투 등의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정신 착란을 일으킨 것이다. 뷔히너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사회 구조의 억압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읽다가 마지막이 갑자기 끊긴 느낌이 들어서 뭐지? 싶어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연극에서 여러 내용으로 재탄생이 되기도 한다는 것 같다.

마리의 행동도 부도덕한 짓임이 분명하지만 보이체크의 살인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본다. 사회 부조리에 짓밟힌 소시민인 이들의 삶이 너무나 비극적일 뿐이다.

 

 

"슬프구나, 당신들 불쌍한 악어 숭배자들이여! 당신들이 악어에게 씌어 준 왕관은 당신들 본인에겐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가시 면류관이요, 당신들이 손에 쥐여 준 왕홀은 당신들을 징벌하는 채찍이요, 당신들이 앉힌 왕좌는 당신과 당신의 자식들을 고문하는 의자다"

<헤센 지방이 전령>은 정치적 선전물 내용이다. 나에게는 가장 강렬한 작품이었다.

뷔히너의 대담함을 여실히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적나라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털어놓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통치자는 자유롭게 살지만 민중에게는 노예로 살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민중들을 쥐어짜 자신들은 배불리 생활하면서 인권과 시민권을 빼앗는다. 뷔히너는 독일의 민중들은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자신의 작품을 기고하기 전에 손을 대려고 하자 뷔히너는 화를 내며 원본을 내버려 두라고 하였다고 하니 그가 자신의 의견을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였음을 느낄 수 있다.

<뷔히너 전집>을 읽고 나니 '왜 비운의 천재 작가'라고 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다. 실려 있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강렬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뷔히너의 대담함, 강렬함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어려울 것만 같았으나 뒤편의 유익한 작품 해설 덕분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전해 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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