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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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MZ 세대'는 요즘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서로 간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며 사회가 변화하듯이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나도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세대 차이를 느낄 때가 엄청나게 많다.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스타일러, 건조기를 왜 사는지 이해를 하시지 못하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리저리 부딪힌다. 세대 간 갈등은 사회에서나 가족 간에서 나 우리의 삶에서 남녀노소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와 자식>은 1800년대 농노 해방을 앞둔 러시아에서의 아버지와 아들 간의 세대 갈등을 말해주고 있다. 니콜라이는 아내를 만난 후 황실 영지부를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 생활하였고 그 후 영지 개혁에 몰두하였다. 아들 아르카지를 페테르부르크로 대학을 보냈고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과 만나게 되었다. 니콜라이 형 파벨은 귀족주의와 원칙을 중시 여기는 보수적인 인물이다.

아들 아르카지는 친구이자 스승인 바자로프와 집에 돌아온다. 바자로프는 과학을 중시 여기며 스스로 유익하다고 인정한 것을 위해 행동하기에 과거의 가치관을 가진 파벨과 니콜라이를 비판한다. 이런 태도에 파벨은 대노를 하고 바자로프와 끊임없이 대립관계를 형성한다.





"바자로프가 옳을지도 몰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한 가지 괴로운 점이 있어. 난 이제야말로 아르카지와 친밀하고 다정하게 어울릴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나는 뒤처지고 아르카지는 앞으로 가 버려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됐어"

니콜라이는 아들과의 차이를 씁쓸하게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파벨과 니콜라이의 표상적인 차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바자로프가 눈엣가시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고 아버지 세대인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이 밉상이다.

"나는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어. 어머니는 절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세대에 속해 있으니까요. 어머니는 무섭게 화를 내셨지만, 난 '어쩔 수 없잖아?'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제 우리 차례가 닥친 거야. 우리 후계자들도 우리에게, 당신들은 우리 세대가 아닙니다, 약을 삼키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

니콜라이의 말이 갈등을 가장 잘 드러내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모님과 갈등을 느끼듯이 나의 자식 세대와도 세대 갈등을 느낄 것이다. 세대 갈등을 돌고 돌 것이다.





바자로프는 니힐리스트이다. 니힐리스트란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하나의 원칙, 설사 그 원칙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해도 그 원칙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읽다 보면 곳곳에서 니힐리스트인 바자로프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왜 시대에 종속되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의 시간을 중시 여긴다. 남자와 여자 간의 관계도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낭만주의, 헛소리이며 과학에만 관심이 있다.

또한, 정신의 질병은 나쁜 교육, 어릴 때부터 인간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하찮은 즉 사회의 추악한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자로프는 우연히 무도회에서 미망인 오진초바를 만난 후 점점 변화를 느끼게 된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며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신념과 충돌이 일어나는지 극도의 혼란과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결국 바자로프도 사랑, 죽음이라는 인간에게 일어날 법한 일들에 무너져 버렸다.

<아버지와 자식>은 부모와 자식 간의 첨예한 세대 갈등을 보여주면서 인간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총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 옛날 시대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세대 갈등은 끝없는 첨예한 논쟁 거리가 될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1849년대이지만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기에 시대와 상관없이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점이 고전문학이 갖고 있는 가치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아버지와 자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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