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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요즘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빠져들고 있다. 예전에 읽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통해 처음 읽어보았을 때는 독특하면서 본인만의 특성을 갖고 있는 책이어서 재미있게 읽어 기억에 남았다. 최근 읽은 <청부 살인자의 성모>는 내가 관심 가지는 주제를 다룬 문학이라 강렬하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렇기에 <세피아빛 초상>을 처음 출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관심이 생겼고 다루고 있는 내용의 줄거리를 읽었을 때는 그 관심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였다.
<세피아빛 초상>을 처음 읽는 순간부터 너무 재미있게 읽었으나 갑자기 이 인물 저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니 순간 혼동이 오기도 하였다. 뒤표지를 몇 번이나 다시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인물들의 삶이 여기서 저기서도 다루고 있기에 금방 초점을 잡고 푹 빠지면서 완독하였다.

소설에서 아우로라를 중심으로 할머니 파울리나, 외조부모님 타오 치엔, 엘리사 소머스, 엄마 린 등 스포가 될까 다른 인물들도 여럿 등장한다.
아우로라는 사생아로 태어나 외조부님의 손을 거쳐 할머니 파울로나의 손에 양육된다. 파울로라는 사업상의 수완이 매우 좋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엄청난 부를 손에 거머쥐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여자란 윤리 개념이 희박해서 언제나 유혹에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경박스러운 존재이며 남자는 영웅심, 위대한 사상, 신성 같은 존재'라 생각하는 전형적인 그 시대 인물이었다.
외할아버지 타오 치엔은 중국인으로 뛰어난 의술인이었으며 외할머니 엘리사 소머스는 남편과 결혼하여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외에는 돌아갈 곳이 없는 삶을 살던 여성이었다. 그 둘의 사이에는 딸 린이 태어났고 린은 아우로라를 낳다가 죽는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것이 인생이듯이 아우로라는 다섯 살 때 자신을 그토록 염원하던 할머니 파울로나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
또 다른 강렬한 인물은 니베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나라에서는 언제쯤에나 여자와 가난한 자도 투표를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여성 참정권을 거론하였다. 열정적인 어조로 가문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여성의 기본권을 달성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세피아빛 초상>은 아우로라의 삶을 통해서 차이나타운의 아동 성매매, 칠레의 내전 등 굵직한 역사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그 당시 여성들의 삶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낼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변화시키고자 하였으며 숱한 역경들에도 굴복하지 않고 앞을 향해서 나아간다.
"우리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결국 우리가 엮어 놓은 기억뿐이다. 각자 자기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빛깔을 고른다. 나는 백금 사진의 영구적인 선명함을 고르고 싶다. 그러나 내 운명에는 그런 빛나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나는 모호한 색깔들과 불분명한 미스터리,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이야기는 세피아빛 초상의 색조를 띤다"
마지막의 에필로그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깊고 진한 여운을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이 구절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이다.
이사벨 아옌데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으나 찾아보니 <영혼의 집>, <운명의 딸> 여성들의 역사를 삼부작으로 연결 짓는다고 한다. 새로운 매력적인 여성작가를 알게 되었고 다른 작품들도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보고 싶을 정도이다.
"인생이란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기 때문에 겸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