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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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 태기는 아니었지만 이래저래 바빠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였다.

끈기가 부족하여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읽고 싶은 책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을 보면 흥미가 떨어진 것이 아님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다. 4,5월 두 달 동안 감동을 주는 책을 많이 못 만나서 그런 것 같다는 혼자만의 결론이다.

책을 읽는 자들에게 헤르만 헤세의 이름은 거의 먼저 접하는 작가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여기저기서 너무 자주 듣고 보았기에 궁금하여 가장 대표작인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를 읽어보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도중하차하였고 <수레바퀴 아래서>도 집중을 하지 못한 채 겉핥기에 그쳤고 <싯다르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 달 전 <데미안>을 다시 읽고 뒤늦게 헤르만 헤세 작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가 주는 메시지, 위로, 응원, 격려 등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울리게 해주었다.

미련하고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의 수준이 아니라 독서의 질이다. 삶의 한 걸음 한 호흡마다 그러하듯,

우리는 독서에서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있어야 마땅하다.

애독가이자 뛰어난 비평가였던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서 그는 책에 대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너무나 기대되었던 책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는 법이겠지만 서문부터 '와 너무 좋다' 생각이 가득하였다.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었다.

"어떤 사상가의 어떤 책, 어떤 시인의 어떤 시라도, 거듭하여 읽을 때마다 늘 새롭게 다가오고 다르게 이해되며 색다른 울림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바로 이 점이 독서체험의 놀랍고 불가사의한 측면이다"

매력을 못 느꼈던 책도 다시 읽어 보면 매력을 느끼게 되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매번 새로운 울림과 새로운 구절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이런 점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들을 자유롭게 택해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타인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그 깊고 넓은 세계를 감지하고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

헤르만 헤세는 백 권 천 권의 '베스트 도서'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각자 끌리고 수긍하고 아끼고 좋아해서 특별히 선택하게 되는 책들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올바른 독자들은 한 권의 책을 읽어 타인의 존재와 사고방식을 접해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친구로 삼는 것이라고 한다.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양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한 달에 몇 권, 일 년에 몇 권 읽었다는 것에서 오는 스스로의 뿌듯함을 좋아했다. 작년부터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였고 최근에 더 기울이게 되었다. 나에게 감동을 주는 책을 읽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으며 그런 책을 읽어야지 진짜 책을 읽는 이유를 알게 된다.

헤르만 헤세가 이 책에서 읽으면 좋은 책이나 언급하고 있는 책들을 모두 다 읽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히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듯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헤르만 헤세의 작품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지고 무슨 책들이 있나 찾아보았다. 그리고,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수레바퀴 아래서>와 <싯다르타>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욕구도 생겨났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하고 나의 독서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감명 깊은 구절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이라는 세계다"

"책들은 때로 극도의 황홀경으로 우리를 매혹하는가 하면 때로는 그 선물을 감추기도 한다."

"큰일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당연시하는 태도는 쇠퇴의 시작이다"

"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문학과 예술 방면에 그다지 조예가 싶지 못한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소박하되 넘치는 애정으로 독서생활을 가꾸어 나가며 삶의 기쁨과 내면의 가치를 키울 줄 아는 진지함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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