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를 잃고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을 조금씩 느끼며 궁금해지고 있었다.
도스토옙스키 하면 지질함의 대명사, 러시아 문학 대가, 21년도 탄생 200주년 정도만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맘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 궁금해진다. 도스토옙스키도 요즘 그런 작가였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를 만나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는 도스토옙스키 전문가 석영중 교수의 논문 중 열한 편을 편집한 책이다. 그리스도교와 과학 두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논문을 썼다고 말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앙인이었고 그의 소설에는 예외 없이 신과 인간의 문제가 깊이 새겨져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를 배제하고 그를 논할 수 없다. 또한, 그는 생물학, 기하학,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 과학에 대단히 관심이 많아 자연 과학 서독을 탐독하였고 이러한 관심은 소설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이 책에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주로 중·장편을 다룬 논문을 실어놓았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키워드는 '자유의지'이다. 제1부는 지하 생활자가 결정론자들과 벌이는 논쟁이라 할 수 있다. 지하 생활자의 악의에 가득 찬 진술들은 모두 자유 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에서 비롯된다. 제2부는 결정론 딜레마의 뒤집힌 버전, 자유 의지의 딜레마를 요체로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유 의지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그리스도교에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