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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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할 때 흔히 남향을 선호한다. 집은 자고로 햇빛이 잘 들어야 온기가 있어 좋은 기운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남향의 집이 동일 평수에 비해 좀 더 값어치가 나가기도 한다. 다른 예시로 도서관은 책이 바래지기 때문에 햇빛을 피해서 창문을 만들고 백화점은 시간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해 창문이 없다. 이런 식으로 건축은 용도에 따라 빛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침묵과 빛. 이 두 차원이 만나며 예술이, 건축이 시작된다.

예술과 건축을 생성하는 영감은 침묵과 빛이 만나는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지점에서 탄생한다.

빛을 따름으로써 빛을 찾아야 한다.

빛이 공간을 조각한다. 빛은 공간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탁월한 수단이다.

때로는 웅장한 교향곡처럼, 때로는 감미로운 실내악처럼 내면을 울렸다. 빛과 그림자가 주는 위로이기도 했다. 작가는 이 감정을, 경험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었다. 김종진 작가가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니면서 수도원, 도서관, 등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빛을 어떻게 표현해 내고 있는지 말해준다. 책에는 사례 작품에 대한 소개도 있지만, 방문하고 머물면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 그리고 마주쳤던 풍경과 사람들이 색색이 실로 짜인 퀼트처럼 콜라주 되어 있다.

사진들이 흑백으로 실려 있어 빛이 들어와 건축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예들 들면, 수도원의 예배당은 사람들을 숙연하게 하기 위해 닫힌 건축 형태로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좁고 낮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공간에 미묘하고 섬세한 울림을 준다. 넓고 높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밝고 화사한 공간을 만들지만 침묵적인 분위기를 만들기에는 과하다.

빛을 더 섬세하게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빛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소중한 것을 더욱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절제하는 것이다.

책을 보다 보니 모든 건축물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여러 기능이 모이는 곳 '중정'이다. 건축물의 중심 부분으로 초기 설계에서 가장 중점으로 다룬다. 건축 형태는 점점 바뀌게 짓게 되더라도 중정만큼은 절대 고수를 한다. 즉, 중정은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해준 말처럼 바쁘고 요란한 세상 속에서 이 책이 독자에게 '중정'이 될 것이다. 나만의 내밀하고도 조용한 공간, 더없이 깊은 생각을 낳는 공간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또한, "빛을 향한 순례는 결국 나를 향한 순례였다." 건축 작품의 빛과 어둠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발견한 것은 빛과 어둠 너머의 세계였다.

내 안에, 세계의 안에 가득 찬 의식. 그토록 먼 길을 달려 그 끝에서 마주한 장소는 내면의 풍경이었다.

작가의 말도 덧붙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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