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출신 하사 장, 자원입대 한 모리스, 돈을 받고 대리 복무인 루베, 제대를 앞두었지만 전쟁이 터져 발목 잡힌 슈토 이들은 패주한다.
보잘것없는 병사들, 무능한 장군들, 부족한 정보력, 주변국들도 그들을 도우러 오지 않았고 총기는 사용도 하지 못한 채 군인들은 그저 끝없는 도로를 향해 끊임없이 패주만 계속할 뿐이었다.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졌으며 오합지졸의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앞둔 극한의 상황과 극도의 비참함 속, 무능한 장군 아래에서 점점 병사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우정을 키워나간다.
모리스는 농부 출신 하사 장을 무시하였지만 한 존재로부터 오는 보살핌에 호형호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관계가 된다.
전쟁을 다룬 소설이지만 패주하는 모습만 나오길래 '아, 전쟁의 참혹함, 현실보다 제목처럼 다른 이면을 보여주나 보다. 색다르다.' 싶었다.
패잔병들은 굶주린 채 무능력한 장군들 밑에서 이리저리 행진만 할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친 행색으로 끝없이 행진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거대한 검은 연기가 솟아올라 태양을 가렸고, 잔혹한 살육으로 인해 비릿한 피 냄새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하게 떠돌았다. 여기저기서 아직도 사람을 죽였고, 건물을 파괴했다.
고삐 풀린 본능, 어리석은 분노, 무자비한 광기와 함께 인간이 인간을 삼키고 있었다.
"어느 쪽에서 도발을 시작했는지조차 불분명했고, 분명한 것은 정해진 시간에 한 민족으로 하여금 다른 한 민족을 공격하게 하는 불가피하고 숙명적인 법칙뿐이었다."
2부에서는 에밀 졸라만의 전쟁의 참혹함, 현실감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삼키고 있었다.'라는 말처럼 폐허가 된 전쟁터에서 군대가 전멸을 하였으며 전사자들의 시신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주인을 잃은 말들은 미쳐 날뛰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세상천지가 무너지듯이 무시무시한 폭탄이 터지는 폭발음은 여기저기서 들렸고, 연기가 사방을 가렸다.
책을 읽다가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아내 앞에서 남편을 죽이는 독일군들의 모습이었다. 인간의 잔인함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전쟁 관련 소설들에서 '전쟁'은 이야기의 소재로 단순히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보았지만 <패주>는 '전쟁'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극한의 상황 속 전우들의 우정, 인간의 이기적이고 본능적인 모습, 전사자와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 고통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더해서 파괴된 자연, 건물보다 전멸된 군대의 전사자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두어 묘사하고 있음에 전쟁의 현실성, 비참함을 더욱더 느끼게 해주었다.
삶이란 매 순간 전쟁이 아닐까? 자연의 조건 그 자체가 지속적인 전투, 가장 강한 자의 승리,
행동으로 유지되고 쇄신되는 힘, 죽음에서 늘 새롭고 신선하게 부활하는 생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