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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0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평점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드>로 유명한 코맥 매카시의 국경 소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핏빛 자오선>,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 네 권 중에 <국경을 넘어>를 먼저 읽게 되었고, 코맥 매카시 작가의 작품도 처음 읽게 되었다.
코맥 매카시의 작품은 난해하다는 말을 들어 조금 걱정했지만 나의 기우였다.
어느 순간 푹 빠져서 읽게 되었고 주변에 추천하고 다닐 정도였다.
죽음의 질서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어둠에 갇혀 길을 잃은 한 소년의 처절한 모험
<국경을 넘어>는 국경 삼부작 소설 중에 가장 처절하고 아름답고 잔혹한 묵시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늑대 한 마리가 미국으로 건너오고 이 늑대를 돌려보내기 위해 국경을 넘은 소년에게 죽음을 통해 어둡고 가혹한 시련을 보여주고 있다.
늑대의 눈에 보일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밤에 산속을 달리는 늑대를 그려 보았다.
늑대가 냄새를 맡고 맛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했다.
열여섯 살 소년 빌리 파햄은 아버지와 함께 덫을 놓아 늑대를 사로잡지만 늑대에게 매혹당한다. 빌리는 다친 늑대에게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며 약속을 하고 미국에서 멕시코로 국경을 넘는다. 이때 소년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국경을 넘는 것은 타인의 영역을 '침입'하는 것임을.
이후로 소년에게 가혹하고 암담한 현실 세계가 일어난다.
"늑대가 국경선을 넘은 것은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국경선이 사라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빌리는 목장 사람들에게 늑대를 빼앗기게 된다. 빼앗긴 늑대는 투견장에서 몇 마리의 개와 싸우며 죽어가고 있었다. 빌리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겠기에 총으로 늑대를 죽인다. 집으로 돌아온 빌리는 원주민이 부모님을 살해하고 키우던 말들은 없어지고 동생만 남게 된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늑대가 투견장에서 죽어가는 모습과 그런 늑대를 위해서 자기 손으로 죽이는 빌리에게 1차적으로 '아, 너무 가혹하다.'였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빌리가 보게 된 상황에서는 '와 작가 너무 냉혹하다'의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작가는 독자에게 그만큼 '침입'에 대한 대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너의 삶에서 무엇을 대가로 치렀는지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지.
너는 보게 될 거야.
길에서 시작된 모든 여행은 언젠가는 끝이 나. 말을 찾는 아니든.
빌리는 동생과 함께 잃어버린 말들을 찾으러 또다시 국경을 넘는다. 하지만, 또다시 '침입'에 대한 결과는 참혹하다. 빌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꺼져. 꺼지라고. 그는 개를 따라 달리며 자갈을 던지고 고함을 지르다 기다란 파이프를 던졌다. 파이프는 개 바로 뒤쪽 길바닥을 챙그랑 울리며 미끄러졌고, 개는 부상당한 다리로 빗속에서 절망을 가득 담아 울어 댔다."
세상의 어둠과 가혹한 시련을 겪은 소년은 변했다. 더 이상 늑대의 매혹에 빠졌던 국경을 넘기 이전의 소년이 아니었다.
빌리는 냉철해졌다.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처절한 비극을 겪은 소년의 모습이 처연하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침입자에 대한 그 대가를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 말처럼 신이 만든 세상은 매일매일 새로우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악을 품고 있음을 말하는 것일까?
혹은 세상의 본질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명확한 답을 내리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일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깊이 빠져들며 너무 좋은 책을 만났다.
좋은 구절들도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흡입력이 너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