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의 왼쪽 - 황선미 산문집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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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의 산문집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너무 두껍지도 그렇다고 너무 얇지도 않은 책을 펴들고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책을 읽었다.

​

익숙한 길의 왼쪽....

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뭔가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목이었다.

익숙한 길의 왼편은 어쩌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오른 편이니까...

​

살아오면서 의례 익숙하고 편한 것만 찾아왔고 당연하게 생각해왔지

그 반대편에 있는 익숙하지만 낯선 그 무언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작가가 하나하나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 속에는 그녀 자신의 모습들이 녹아있었다.

그녀도 잊고 살던 그녀가 가진 왼편의 모습들이 담담하게 적혀있었다. 특별한 문체는 아니었지만 그 담담함이 오히려 내 마음을 울렸다.

​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라서...

그렇게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가진 익숙한 길의 왼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나에게 작은 울림을 줬다.

이 책을 읽고 나에 대하여 또 내가 살아온 시간들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겠지만,

그래서 또 많은 다짐을 하고 노력하겠지만 그래서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마음으로

익숙하고 편안함은 잠시 내려두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하겠지만

내가 익숙한 길의 왼편으로 거닐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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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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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은 폴란드소설은 어떨까? 라는 것과

‘맨부커 상’을 수상한 작품은 또 어떤 의미로 내게 다가올까..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

이 책은 ‘태고’라는 폴란드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태고라는 마을은 허구적인 요소와 현실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소우주이며, 태고라는 이 마을에서

3대에 걸친 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삶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사람과 사람사이, 세대와 세대사이, 사람과 환경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그 어떠한 삶이든 그 개인은 여러 사건들의 영향을 받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간다.

이 책은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꼬집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각의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있으며,

각 꼭지마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의(마을 사람들 뿐 아니라 동물, 식물 등 ‘태고’라는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이야기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실제로 폴란드 역사에 기록되어있는 사건과 약간은 허무맹랑하다 할 수 있는 주민들의 태초의 삶의 모습들이 잘 어우러져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올가토카르축’ 이라는 작가는 폴란드 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가이며 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작가이다.

그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 하나하나가 마치 내가 살아 본 적이 없는 태고에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시점에서 서술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서술해내는 작가의 능력에 가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역사를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라서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책이긴 했지만 이 책이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았다.

​

삶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좀 더 나아가서는 이 세대의 구성원 중의 하나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한 세대가 저물어 가는 것과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할

새로운 세대의 위한 그 어떠한 노력들과 같이 내 삶을 단지 나 한사람의 삶이라는 제한 된 생각 말고 좀 더 넓고 크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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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애덤 해즐릿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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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 일상을 잠식하고 일상의 빛을 퇴색시키는 것은 아주 순식간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소리 없이 조용히 그렇게 우울과 불안은 찾아와 인간의 영혼을 잠식시키고 반짝이던 빛을 잃게 만든다.

한 가정의 가장이며 마거릿의 좋은 남편이었던 존의 우울증이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컸다. 더 이상 우울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존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연대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책은 순간순간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감내 해내야하는가? 라는 의문을 던지게도 만들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그럼에도 가족이니까 서로 버텨낼 수 있는게 아닐까...

라는 대답을 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겐 아주 쉬운 일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죽음을 생각하게 할 정도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 고통을 견뎌내는 것보다 목숨을 끊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결정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들을 버텨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존은 모든 것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며 버텨내지 않았을까? 아니면 너무 사랑하고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기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 걸까? 그 자신과 소중한 가족을 위해..

그런 존을 지켜보는 가족들 또한 어떠한 희생을 하더라도 존을 제자리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존이 걸어가야 할 가시밭과도 같은 그 삶을 묵묵히 지켜 본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인 애덤 해즐릿의 너무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를 읽어내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존이 되었다가 그런 존을 지켜보는 마거릿이 되었다가 아버지가 걸어간 길을, 존이 걸었던 그 불안과 우울의 길을 걸으면서도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어했던 장남 마이클이 되었다가... 그렇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어 낸 터라 이 책을 다 읽고 났을땐 한참을 숨을 골라야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가볍게 읽고 넘길 책이 아니라 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입체적으로 묘사 된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개인적인 감정과 가족이란 공동체가 주는 의미와 삶의 희망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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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귤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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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저마다의 아픔이나 가슴 깊이 숨겨 둘 만한 이야기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고들 한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고, 그래서 인지 이 책은 가슴 한 곳에 숨겨 둘 법한 그런 이야기들이 모아놓았다.

청귤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씁쓸하고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들, 피하고 싶지만 마냥 피할 수는 없고 외면하고 싶지만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그런 이야기들...

 

이 책은 여섯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각 각 독립된 단편이 이어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내용들이었다.

사실 읽는 내내 많은 생각에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나열 된 활자들 속에서 그 활자들이 갖는 의미를, 그 활자가 내포한 뜻을 찾으려 한참을 고민하고 다시 읽어야했다. 결코 어렵게 쓰여 있는 책은 아닌데 읽어내기가 그렇게도 힘이 들었다.

한 챕터를 읽고 숨을 고르고 또 한 챕터를 읽고... 그렇게 오랜 시간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이 책이 이렇게 힘들게 읽혔던 이유는 어쩌면 작가의 삶이 녹아있었기에 그리도 힘들게 읽혔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의 아픔을 소설을 쓰고 요가를 쓰면서 잊어내고 버텨냈다는 작가의 말에, 어쩌면 이 이야기들이 마냥 허구의 이야기들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이 누군가의 아픔을 공유하고,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으로 다독이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특별하지 않은 아주 보통의 이야기들이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김혜나 작가에게 글 쓰는 일이 요가가 지루하고 의미 없는 삶의 희망이 되고 빛이 되어주었듯 이 소설이 지루하고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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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고양이 ㅣ 창비아동문고 294
김중미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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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개와 고양이이다. 아주 약자인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묵직하다.
 
어미와 형제를 잃고 하루하루 버텨내다 최 씨를 만나 힘든 역경을 이겨내는 노랑이,
보육원 생활을 하던 시절에 수민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과 그 상처를 치유해준 강아지 하양이,
시베리아허스키와 백구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 백곰이와 혼혈아인 미나의 이야기,
할머니와 마음을 나누며 살다 할머니를 보내고 할머니의 아들에게 버림받게 되는 장군이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물과 사람이다. 아주 약한 존재인 동물들이 외로운 마음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고 희망이 되고 빛이 되어준다.
 어미를 잃고 형제들을 잃고 한쪽 다리마저 잃은 채 위태롭게 꽃섬 교회에 숨어 살던 하루하루가 버거운 노랑이의 삶이,
이러한 삶의 고난과 역경을 버텨내는 것이 비단 고양이인 노랑이만의 이야기일까?
 
  지어진 지 100년이 넘는 꽃섬 교회 교육관 지하실 천장 입구에서 겨우겨우 하루를 버티며 사는 고양이 노랑이...
어미를 잃고 형제를 잃고 다리를 잃어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노랑이를 보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그 어딘가에서 어느 누군가도  지금 이 순간 힘든 현실을 부단히도 버텨내고 있지 않을까....
 그 어떠한 생명체이건 하찮은 것은 없으며 그들은 그 나름의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일지니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할 권리는 없다고,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로 힘없고 작은 동물을 함부로 할 권리는 애초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동화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점점 메말라가는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다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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