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가 짧기 때문이라고요? - 유럽에서 중동, 아시아까지 성평등을 위한 카투니스트들의 외침
카투닝 포 피스 지음, 김희진 옮김,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서문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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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품으로 속여 팔아 논란이 된 미미쿠키 사태가 구매자들을 맘충이라며 비난하는 것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건을 다룬 온라인 기사 댓글을 보면 7개 중 1개꼴로 사건의 피해자인 구매자, 즉 자녀를 둔 여성을 비난하는 댓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여성 혐오와 더불어 성범죄의 피해자, 혹은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며 비난을 가하는 건 사후확신 편향이라는 인지적 오류에서 기인한다.

 

사후확신 편향이란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편향에 빠져 판단과 결과 분석을 그르치는 것을 말한다. 페미니즘 카툰 <치마가 짧기 때문이라고요?>의 제목은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대표적인 사후 확신 편향 멘트인데, 이를 단순히 인지적 오류로 이해하기엔 남성 중심, 가부장제 사회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을 단두대 위에 올리며 자신들의 위치와 권력을 유지해왔는지 책 속 그림들은 날카롭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림의 장점이 이 책에서 십분발휘된다. 전 세계 여성들이 겪는 고충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몇 장의 글보다, 한 장의 이미지는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 무력감과 절망을 더욱 직관적이고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마지막 장엔 한국 대표로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님의 카툰이 실려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이번 추석 명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한숨으로 책을 덮어야 했다.

 

프란츠 카프카는 진실에 대해 이렇게 썼다. “진실의 길은 허공이 아니라 땅 위에 가까이 매여진 밧줄 위에 있다. 그것은 걸어가라기보다,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 같다.” 사이다는 전혀 없고, 시종일관 고구마뿐인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모성애에 대한 강요와 가부장제, 성폭력과 가부장제까지, 이 책이 담은 여성의 삶은 모두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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