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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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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 신작 어떻게 안 사요,,, 수록작 보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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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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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이유 없는 차별과 경계, 혐오를 공기처럼 들이마신 사람이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그리고 피부가 파란 재일이다. 그런 재일을 본 사람들이 인사처럼 건네는 말은 너는 왜 파래? 외국인이야? 입양이야?”라는 질문이고, 이름 대신 불리는 건 아바타, 스머프, 도라에몽, 돌연변이라는 별명이다.

 

온갖 인종이 사는미국이라면 한국보다 조금은 더 살 만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이민을 가지만, 파란 피부를 향한 근거 없는 폭력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뿐이다. 파란 피부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과 차별에 합당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언론은 연일 런던에서 발생한 사제 폭탄 테러 사건, 미국 메인주 총기 난사 사건의 당사자가 모두 파란 피부임을 앞다투어 강조하고, 파란 피부의 강도나 절도, 방화 사건을 보도하는 데 더 긴 시간을 할애한다. 그럴수록 파란 피부는 태생적으로 위험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의심은 확신으로 둔갑해 재일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멜라닌을 읽으며 수많은 파란 피부들이 떠올랐다. 사회가 정한 정상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말이다. 고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차이를 비정상으로 만드는 세계에서 우리는 언제고 가해자이며 동시에 재일이다. 결국 자신과 같은 블루멜라닌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재일을 순정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힘을 싣고 앞으로 걸어가는 재일의 행보야말로 훼손된 포용과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우리가 실천할 가장 명확한 용기일 테니까. 책을 덮고 나니 어쩐지 가로막혔던 시야가 서서히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 앞에는 어쩌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실마리가, 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자유를 찾은 재일이 서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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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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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을 읽는 내내, 그간 마주했던 푸르른 바다의 모습을 떠올렸다. 끝도 없이 나아가는 바다의 경계선 너머를 상상했던 일, 가까워졌다 이내 멀어지는 파도의 깊이를 헤아려보았던 일. 그리고 바다 앞에서 만끽했던 너르고 산뜻한 자유의 기분.

 

작품 속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던 곳을 떠난 세 아이들이 등장한다. 두 번의 탈북 실패 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한 번 탈북을 시도하는 ’, 장차 손흥민처럼 세계적인 축구 선수를 꿈꾸며 강을 건너온 광민’, 북한을 벗어나 중국에서 녹록치 않은 생활을 하는 여름까지. 떠나온 이유는 다를지라도, 이들이 바라는 세상의 모습은 하나다. 바로 강이든 산이든 건너고 싶을 때 건널 수 있는세상 말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바라왔던 세상을 만나기 위한 시작이 각자 마음속에 품었던 소중한 바람과 확고한 꿈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 아이들의 여정을 탈출이 아닌 진정으로 행복을 찾아 나서는 독립이자 자유의 여로라고 느꼈다.

 

같은 꿈을 꾼다 해도 누군가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소중한 가족과 친구, 나라를 뒤로해야 한다. 이처럼 불공평해 보이는 세상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행복을 등대삼아 길을 걷던 아이들은 마침내 파도와 만난다. 아이들이 선택한 장소는 바다가 그립다면, 당장이라도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은 세상 따위 원하지 않아. 여기가 바로, 우리의 나라야!”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힘차게 울려 퍼진다. 자신들이 선택한 땅 위에 선 아이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꿈을 이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 세 친구의 반짝이는 뒷모습에서 나는 내가 보았던 파도의 풍경을 겹쳐 떠올린다. 무엇이든 품어줄 법한 지평선에서 태어나 나에게로 다가오는 파도, 내 안의 조급함과 망설임을 거침없이 밀고 시원하게 뻗는 파도. 설과 광민, 여름이 걸어온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들여다볼 용기가 뜨겁게 피어나는 듯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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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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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멜라닌>에 담긴 전언이 어떤 것일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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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에게 에세이&
최지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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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고대해왔던 최지은 시인님의 첫 에세이 <우리의 여름에게>를 아껴 읽으며 무더운 초여름을 보냈다. 늦봄에 출간되었던 첫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에 이어 여름의 시작에 출간된 첫 산문집이라니. 이제는 시인님의 작품을 읽는 일이 스스로가 한 계절을 잘 나기 위한 살뜰한 준비처럼 느껴져 보다 정돈된 마음으로 책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고 난 뒤 <우리의 여름에게>를 펼쳐 읽다 보면, 시인님의 삶 곳곳에 자리한 “크고 깊은 사랑”과 만날 수 있었다. 이불에서 나는 햇빛 냄새를 맡아보라며 환하게 부르시던 아버지, 상큼하고 시원한 오이지를 무쳐 정성 가득한 밥을 해주시던 할머니. 곁을 책임지는 검은 개와 흰 개, 그리고 부끄럼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던 근사하고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존재들을 떠올리며 가장 귀하고 깨끗한 재료만을 고르고 고른 듯한 시인님의 이야기는,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되뇌는 용기가 이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올곧게 나아감을 믿도록 한다.

“제가 받은 사랑이 무엇인지, 제가 지닌 사랑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고백하며 빛나는 사랑을 보여주신 시인님 덕분에 어느새 내 마음에도 용기가 들어참을 느낀다. 그리고 이 기분은 도망치지 않고 나의 세계를 받아들이겠다는 다짐과, “나를 지키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임을 알며 자신의 마음에 조금 더 귀 기울이겠다는 다정함과 함께 온다. <우리의 여름에게>가 선물해준 이토록 너른 사랑이라면 이 여름을 어느 때보다 씩씩하게 지내볼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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