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평양에서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고 을밀대 지붕에 올라간,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 농성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이야기를 담은 <체공녀 강주룡>.
“두루주에 용룡 자입네다.내 한 몸으로 이 세상 다 안아주는 용이 되라는 이름입네다.”(P.185)
세상을 안아주는 용이 되라는 이름대로 한 시대를 살다간 강주룡의 일대기를 읽다 보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강주룡이 살아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데에는 작품 속 강주룡의 대사가 오늘날과도 결부되는 목소리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직공은 하찮구 모단 껄은 귀한 것이 아이라는 것.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고무공이 모단 껄 꿈을 꾸든 말든, 관리자가 그따우로 날 대해서는 아니 되얐다는 것.” (P.180)
“고무 공작 직공 9할이 여자인데 남자들이 타협안 잘못 맨들어가지구래 우리 파업 다 망했습네다. 상공협회구 교섭단이구 사나들끼리 만나서 짝짜꿍이 아주 잘 맞았갔지요. 평시에도 우리 여공들보담은 사람 같은 대우를 받고 사이까네 몰랐을 거입네다. 나머지 우리들이 얼마이나 절박한 심정으루 쟁의를 하구 있는지.” (P.195)
독립군에 합류하기 위해 남편 전빈과 갈림길에서 차를 기다리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던 주룡은 이렇게 답한다. “어느 쪽으로 오는지가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이 없는데 예서 기다리는 거이는, 미련하지 않아?” 주룡의 성격과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룡은 정해진 길을 알았고, 행동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날 <체공녀 강주룡>을 읽는 독자는 우리보다 조금 먼저 옳은 길을 간 인물로부터 도착한 편지를 읽는 느낌을 받는다. 한 인물에 대해 이처럼 단단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는 결국 ‘강주룡’이 곧 ‘우리’라는 이름 모를 연대감을 형성하게 만든다. 한 시대의 여성과 노동자로서 그저 바라는 대로의 삶을 위해 목소리를 낸 강주룡. 갈림길 앞에선 우리에게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를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답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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