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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ㅣ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평점 :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이 나왔다.
마이클 코넬리야 늘 보통 이상은 하니 고민없이 선택했는데 만족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 보다는 미키 할러 시리즈가 더 익숙한 것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통해 처음으로 코넬리 작품을 접해서 인듯하다. 첫인상은 아무래도 오래간다.
첫 작품부터 속물임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미키 할러는 작품 초반 힘든 상황이다. 수임료를 더 받기 위해 의뢰인에게 사기치는 것도 거리낌없이 해내던 이라 당연히 한 몫 잡아서 편히 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사무실 구할 돈도 없어서 링컨 컨티넨탈 차를 사무실로 삼아서 활동하는 것도 여전하다.
애초부터 대단하지 않았겠지만 그의 사회적 평판이 바닥을 치고 있다. 작년에는 검철청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변호해서 석방시킨 의뢰인은 다른 사람도 아닌 딸의 친구와 그 엄마를 음주운전으로 죽인다. 당연히 15살 사춘기의 딸은 아빠와 거의 연을 끊어버렸다. 딸의 이런 반응에 그는 스스로를 쓰레기같다고 생각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의 의뢰인은 "인간 쓰레기"에 가까운 쪽이다.

사회적 평판이 바닥을 친 덕분에 괜찮은 사건 의뢰도 안들어온다. 덕분에 국선변호인이 포기하는 의뢰인이라도 찾겠다고 법정복도를 배회하는 신세다. 그러던 중 모처럼 맡은 수임료 높은 사건. 새로운 의뢰인은 디지털 포주. 콜걸들에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고 소셜미디어를 관리해주며 돈은 받는 직업이다. 디지털 포주라니 가장 오래된 직업과 디지털의 콜라보가 만든 것 같은 상황이다.디지털 포주 안드레 라 코세는 홧김에 자신이 관리하는 콜걸을 목졸라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본인은 무죄를 주장한다. 목을 졸랐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게다가 살해된 콜걸은 자신의 계략덕분에 화류계를 벗어나 하와이에서 새인생을 살고있는 줄 알았던 과거의 의뢰인 글로리아. 안드레 라 코세에게 미키 할러를 추천했던 지젤 댈링거는 다름아닌 그녀 글로리아 였다. 미키가 단순한 의뢰인을 넘어 동료애를 느꼈던 친밀한 관계의 그녀였지만 알고보니 그는 그녀에게 속고 있었다.
안드레 라 코세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확신에 미키는 팀을 정렬해서 진실을 파해친다.
"죄책감은 죄책감이고 수임료는 수임료"라던 그지만 진실을 밝히는 자신의 모습을 딸이 보기를 바란다. 검사인 아내에게 딸이 법정으로 자신의 변론을 보러 왔으면 하는 속내를 보일 정도이니.

책을 읽으면서는 영화에서 미키 할러를 맡았던 매튜 매커너히의 얼굴을 떠올리며 장면을 상상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장면이 눈에 펼쳐질듯 하는 간결한 묘사가 상상에 도움이 된다. 핑퐁처럼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캐릭터 성격를 알 수도 있다. 이번에 영화화 되면 이 캐릭터는 누가 맡으면 좋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실 마이클 코넬리 작품의 특징이라면 스토리의 힘 만큼 캐릭터의 힘이 크다. 주인공부터 악덕 변호사 지만 그 못지 않게 무작정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곳곳에 나온다. 손가락질 받는 디지털 포주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은 심약한 안드레 라 코세,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마약반 형사지만 살인과 증거조작도 서슴치 않는 제임스 마르코, 약점을 잡혀서 어쩔수 없다지만 그의 손과 발이 되어 일하는 리 랭크포드, 한때는 승승장구하던 변호사지만 감옥에 갖힌 뒤에 같은 감옥에 수감된 악당의 변호를 자처하는 실베스터 풀고니 등등
흡입력이 있거나 설득력이 있거나 아니면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영상으로 옮기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 아닐까?

작품의 원제목은 The gods of Guilt. 단죄의 신들 이다.
미키처럼 변호사 였던 그의 아버지는 배심원들을 단죄의 신들이라고 불렀단다.
P33 "네 아버지는 항상 배심원들을 '단죄의신들'이라고 불렀는데.기억하니?"
"그럼요. 그 사람들이 유죄 여부를 판단하니까요. 하고 싶은 말씀이 뭔데요, 아저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서 우리를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단죄의 신들이 많다고. 거기에 몇 명 더 보탤 필요는 없지 않겠지?"
P453 "단죄의 신들을 위하여!" 내가 말했다. "그들이 안드레 라 코세를 곧 석방시키기를."
위에 인용한 33페이지 글 바로 뒤에 미키는 샌디 패터슨와 케이티 패터슨을 "제 단죄의 신들"이라고 한다. 바로 자신의 악당 의뢰인 갤러거가 음주운전으로 죽인 딸의 친구와 그 어머니이다.주인공 미키 할러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한 두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