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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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존재

나무와 나무,
너무 가까이 심어놓은 두 그루는 잘 자라지 못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이죠.
그 그늘 아래선 다른 풀들 역시 성글고 창백합니다.

그러고 보면 숲을 이루는 건 나무들만이 아닙니다.
나무와 나무의 사이,
그 빈 곳‘이 풍성한 숲을 만든다는 걸헐렁한 겨울 숲은 보여주지요..

사람이야말로 사이의 존재지요.
인간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 때문에 인간(人間)이라고 합니다.
그 인간이 던져진 공간(空間)과 시간(時間),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세간(世間)이란 말.
모두 사이를 뜻하는 ‘간‘자가 들어 있지요.
‘사이‘라는 말은 실존의 필연적 조건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이가 없다면 손과 손은 어디에서 만날까요.
사이가 없다면 당신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어떻게 볼까요.

사이가 좋다‘란 말은단지 서로 정답고 친하다는 뜻만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오히려적당한 거리를 마련할 줄 아는 관계‘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태양과의 절묘한 거리 때문에 지구에 꽃이 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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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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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당신에게 근사한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시적(詩的)인 순간들을 더 많이 경험하길 빌어봅니다.
훗날 당신이라는 책을 들춰볼 때밑줄 그을 수 있는 날들이 많은 그런 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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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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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조르주 상드의 일대기를 다룬 책 중에『달과 나막신이 있습니다.
늘 달‘을 쳐다보며 이상을 꿈꾸지만현실은 질퍽한 빗길을 걷는나막신‘을 신고 있다는 비유인데요.

이상과 꿈인 ‘달‘,
일상과 현실인 나막신’.
어느 쪽에 더 마음을 두고 계신가요.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러나 장미도 원한다."

이 구호는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의「빵과 장미」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이자20세기 초 뉴욕 방직 공장 여성 노동자들이파업 투쟁에서 내건 구호였는데요.

‘빵’이 생존의 최소조건이라면
‘장미’는 인간다운 삶, 아름다운 삶에 대한 은유죠.

‘빵’을 위해 고단하게 딸깍거렸던 시간이었나요.
지금은 7일,
진흙 묻은 나막신을 벗고 달을 바라볼 수 있는
‘장미’의 시간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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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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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데에 바친 16년I
c1999년 4월 20일,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는 총과 폭탄으로무장하고 콜럼바인고등학교에 갔다. 두 사람은 학생 열두 명과 교사한 명을 살해하고 스물네 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끊었다.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딜런 클리볼드는 내 아들이다.
그날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을 바칠 것이다. 그
‘날 죽은 사람 한 명의 목숨과 내 목숨을 바꾸자고 하더라도 기꺼이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내가무슨 짓을 하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학살을 속죄할 수는 없다.
그 끔찍한 날 뒤로 16년이 흘렀다. 그 열여섯 해를, 나는 아직도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데에 바쳤다. 어떻게 창창한 아이의 삶이 그렇게 한순간에, 바로 내 눈앞에서, 재앙으로 바뀔 수 있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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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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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꾸지람을 하면서 내 손으로 딜런의 어깨를 꽉 눌렀다. 죽는날까지 나는 내가 그때 딜런을 미는 대신 나에게로 당겼더라면 얼마 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놓지 못할 것이다.

아이가 길에서 벗어나는 것 같을 때에는 나무라야 하지 않나? 지금은 그 싸움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한다. 아들을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했더라도, 아들이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손을 잡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리 와 같이 앉아. 이야기하자.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주렴’ 딜런의 잘못을낱낱이 읊고 무엇에 대해 감사해야 마땅한지 일러주는 대신에, 귀를기울이고 딜런의 고통을 인정해주었더라면,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다. ‘네가 달라졌어. 그래서 겁이 나는구나.‘

‘하지만 그때 나는 겁나지 않았다. 그랬어야 했는데 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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