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존재
나무와 나무,
너무 가까이 심어놓은 두 그루는 잘 자라지 못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이죠.
그 그늘 아래선 다른 풀들 역시 성글고 창백합니다.
그러고 보면 숲을 이루는 건 나무들만이 아닙니다.
나무와 나무의 사이,
그 빈 곳‘이 풍성한 숲을 만든다는 걸헐렁한 겨울 숲은 보여주지요..
사람이야말로 사이의 존재지요.
인간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 때문에 인간(人間)이라고 합니다.
그 인간이 던져진 공간(空間)과 시간(時間),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세간(世間)이란 말.
모두 사이를 뜻하는 ‘간‘자가 들어 있지요.
‘사이‘라는 말은 실존의 필연적 조건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이가 없다면 손과 손은 어디에서 만날까요.
사이가 없다면 당신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어떻게 볼까요.
사이가 좋다‘란 말은단지 서로 정답고 친하다는 뜻만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오히려적당한 거리를 마련할 줄 아는 관계‘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태양과의 절묘한 거리 때문에 지구에 꽃이 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