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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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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아저씨의 첫 추리 도전으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우리의 빌 호지스 아저씨, 안녕.


은퇴한 경찰에게 보내는 조롱으로 시작되었던 학살극, 그 정통 추리 소설로 시작한 시리즈는 킹 답게 끝낼 수 있는 마무리를 선보였다. 엔드 오브 왓치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이후로 이어지는 긴장관계를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모든 것이 조용히.. 그렇게 엔드 오브 왓치. 미션 종료. 된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첫번째 감상평을 어쩌다 안 썼는지 모르겠는데;; 그 악역의 빌런미가 너무 숨막힐 정도로 현실감 넘쳐서였다. 그 지독한 악의로 세상을 비비 꼰 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납득되도록 자라났달까. 이 작가가 무슨 심정으로 이렇게 썼나.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건 의도를 가진, 무작위 대상을 향한 증오가 아닐까.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남을 해치고 싶어한다는 것. 그것이 나와 원한 관계가 아닌, 내가 잘못한 게 아닌, 내가 실수한 것도 아닌. 그저 존재를 증오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순수한 증오.


 그런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이 끝나갔다고 생각했지만, 빌 아저씨에게는 좀 더 임무가 남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3편 째에는 다시 재미난 탐정 이야기에서 킹 이야기로 돌아와야만 했던 모양이다. 추리와 미스터리의 간극을 아주 재미나게 보여주는 시리즈이다. 사건이 있고, 단서가 흐르면서 거기에서 그러모은 단서들로 추격하는 던 미스터 메르세데스. 그리고 3편에서는 추리와 미스터리의 간극을 타면서, 단서를 추격하는 것이 아닌 감을 쫓고 악을 쫓아가는 이야기 흐름이 보인다. 


 악은 왜 절대 끝나지 않는가. 왜 순순히. 착한 사람들에게는 왜 그리 나쁜 일이 쉽사리 벌어지는가. 나쁜 사람들은 왜 그리 순순히 하늘의 응징을 받지 않는가.


 "슬픈 사연이고 신문에서 하루이틀 다루어지겠지만 세상 어딘가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일이잖아. 어쩌면 매시간 벌어지고 있는. 그러니까 무슨 꿍꿍이 속이냔 말이지."

   - 엔드 오브 왓치, p. 47


 세상에서 늘 벌어질 수 있는, 그리고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렇지만 빌 호지스는 (주인공 답게) 그런 일을 허투루 보지 않는다. 그리고 차근차근 그 일의 단서들을 찾아본다. 그리고 자신의 감이 시키는 일 대로, 사악한 브래디 하츠필드에게 보내는 감시의 눈길을 멈추지 않는다.

 

 "이겼다고 치고 이제 넘어가면 안 돼요?"

    - 엔드 오브 왓치, p. 48


 그의 안에는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호지스가 그 사실을 가끔 의심하는 이유도 브래디가 법의 심판을 그런 식으로 모면한 현실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 엔드 오브 왓치, p. 66


 추리소설이라면 어쩔 수 없이 '주인공만 신경쓰는' 단서가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서부터 단서를 하나 둘 추격해가는 재미가 있다. 엔드 오브 왓치에서는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악역 브래디의 부활을 이글거리는 증오심으로 지켜보게 된다. 아, 그렇게 부활시키다니.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브래디 답달까, 악 답달까 싶어서 자연스럽게 납득하면서 이야기를 지켜본 것 같다.


 아, 나이든 은퇴 경찰의 이야기에 1편부터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조금 시작부터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빌 호지스 아저씨의 '엔드 오브 왓치'가 은은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문득 분노와 슬픔이라는 끔찍한 조합으로 뒤범벅되어 있어서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생각이 든다. 건강하고 아무 고통 없는 육신을 살 수만 있다면 영혼을 바치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걸 함부로 낭비하는 이유가 뭘까? 너무 맹복적이거나 너무 가슴의 상처가 많거나 너무 자기 안으로 침잠해서 육지의 어두컴컴한 구릉 너머에 내일의 태양이 있다는 것을 모르기 떄문이다. 숨이 붙어 있는 한 내일의 태양은 항상떠오르기 마련인 것을.

 - 엔드 오브 왓치, p. 532


 어둠이 있어도 지켜보는 자가 있으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것을.


 안녕, 빌 아저씨. 재미난 임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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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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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신작을 냈단다. 그때만 해도 그래, 진짜 이 작가는 쓰기 위해 사는 구나 싶었다. 이번 작품은 초현실적인 공포를 추구했단다. 응? 늘 쓰는 거잖아. 킹 책 몇 권 읽다보면 저 먼 과거에 캐리로 시작하던 무렵부터, 늘 초현실적이었잖아? 뭔 새삼스럽게.


 책을 다 읽은 후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심슨 가족'의 시즌 12에 에피소드 3화. 거기에서 킹이 "나 요새 벤자민 프랭클린의 전기를 쓰고 있어요. 그 사람은 전기를 발명했지요..." 하면서 짤막하게 등장한다. 아, 다 읽고 나니 퍼뜩 그 생각이 나면서 재미있어 죽겠는 거다. 이 사람은 옛날 (해당 에피소드는 2000년 11월 12일 방영되었단다)부터 뭔가 이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지옥의 문을 두들기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해당 일화는 꽤 좋아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소설 결과물은 정말 의외였다. 이 소설은 좀 새삼스럽다. 초능력 소녀 캐리에게 독특한 애정을 독자에게 던져주었던 스티븐 킹 소설 중에서도, 이렇게 으시시한 소설이 있었나 싶게. 건조하면서도 차갑게, 그리고 으시시하게. 


 그러면서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궁금한데? 했던 생각을 떠올리게 하면서 책은, 페이지를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아마 소설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떠올릴 만한 질문. 주인공과 악역의 만남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리고 ... 사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던 한 순간 인간에게 비극이 던져지는 것일까. 신은 왜 그래? 

 스티븐 킹은 그런 질문에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풀어보인다.


 [리바이벨]은 화자이자 주인공인 제이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한 ... 만남에서 시작한다. 이걸 뭐라고 써야 할까. 여기에서 질문이 하나 둘씩 생긴다.


  1. 나와 누군가의 어떤 만남은, 운명일까 우연일까.


   "그런데 우리의 인생을 집필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운명일까 우연일까? ...운명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 빛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헛된 망상이 된다. (p.12)"


 운명 혹은 우연. 그리고 킹은 늘 하던 대로, 우연스러운 작은 만남에서 피어나는 선과 악의 흐름길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간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늘 웃음이 피어나지 않는다. 선량해보이는 젊은 목사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그리고 누구라도 해보았음직한 그 뻔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2. "이유가 뭡니까? (p.102)"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느 날이라도 당장 쓰러질 수 있는데 우리는 그걸 절대 모른다 (p.89)" 인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전쟁이 나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악을 보노라면 신은 없거나, 악마랑 같이 인간을 농락하는 것 같다는 그 흔한 질문, 그리고 모두가 생각한 그 금기시된 질문을 킹은 풀어놓는다. 이유가 뭡니까? 


 여기까지 읽으면 그저 가슴 아픈 아버지의 비통한 외침으로만 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내에게 악마의 유혹이 오려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스티븐 킹은 그 순간부터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휘어잡는다. 그가 '왜'냐고 묻는 순간 우리도 '왜 이 사내에게!'라고 같이 물어본 순간에. 아, 이 가여운 사내가.. 라고 생각한 순간에.


 3. "나는 옛날 같았으면 우리가 걷는 길은 무작위로 선택하는 거라고 했을 것이다. ... 세상에는 어떤 기운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선택해야 한다. 늘 생각해야 한다. 이 책 후반부에 집회에 모인 사람들처럼 되어서는 안된다. "주기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친구들과 연락하고 그날의 뉴스를 챙기는 사람들, 기상 위성과 간 이식 수술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 그런데 산타와 이빨요정이 잔혹한 사실주의처럼 여겨질만한 이야기에 넘어가고 있었다.(p.317)" 자신이 무엇을 다루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의 신세에 분노하고 교활하게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속아넘어가서는 안된다. 제이미처럼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어떤 걸 다루는지 알고 계신 건가요?(p.372)"라고. 제이콥스의 말마따나 "진실을 알 자격이 없고 그래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그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으니까(p.376)." 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래, 개인은 그렇게 살고 선택해야 한다고 치자. 어려움이 있어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는 게 인생이 아니라는 걸 (p.36) " 알도록 즐거움도 맛보면서, 기적도 맛보면서, 그리고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으니 때로는 거대한 기운에 압도당하면서. 그것이 운명인지 우연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 순간의 선택들이 있을 뿐이지.


 그리고 그런 개개인들의 선택이 쌓이고 종국에는 역사가 되고 어떤 거대한 믿음의 줄기(신앙이라는)를 쌓은 것을 보며.. 사람의 '끝'에 있는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작가는 묻는다. 그래, 너는 그렇게 선택하고 열심히 살았어, 네 나름대로는. 하지만 어느 순간 뭔가 잘못되기도 하고, 네가 원치 않아도 죽기도 하고 그럴 거야. 


 누구나 가족을 잃는다. 가슴 아프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신이 가장 먼저 잃어버리게 되는 대상이 될 수도, 아니면 부모님의 호상을 치를 수도 있고. 하지만 스티븐 킹은 제이콥스에게 동정을 줄 만할 때 재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재빠르고 잔혹한 솜씨로 상대의 악을 보여준다. 

 마지막의 순간까지 제이콥스는 너무나 비열했다. 기다린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사후를 들여다보고, 그것으로 세상을 비웃으려 한 것. 자신의 마음을 선하게 갖는게 아니라 분노를 품고 살아가던 사내가, 세상에 사기를 치면서까지 벌이려던 자기 합리화의 길은 너무나 구역질이 나고 악한 것이었다. 뉴스에서 많이 봤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지만... 


 스티븐 킹 소설 중에서도 '리바이벌'은 으시시한 쪽으로 손꼽을 만하다. 목사가 등장한 적도, 죽음을 다룬 적도 많았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자신의 울분을 토하기 위해 사람들을 속여가면서, 오직 자신의 목적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너무나 악한 인간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다.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이나 제이미에 대해 생각하며.. 그의 말에 동감을 표한다. "운명일까 우연일까? ...운명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 빛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헛된 망상이 된다. (p.12)"


 리바이벌을 읽고 나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에는 어떤 기운이 있다." 그렇다면, 우연이라 할지라도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는 선의 의지가 발휘되기를, 그저 바랄 수 밖에. 그리고 생각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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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신작을 냈단다. 그때만 해도 그래, 진짜 이 작가는 쓰기 위해 사는 구나 싶었다. 이번 작품은 초현실적인 공포를 추구했단다. 응? 늘 쓰는 거잖아. 킹 책 몇 권 읽다보면 저 먼 과거에 캐리로 시작하던 무렵부터, 늘 초현실적이었잖아? 뭔 새삼스럽게.


 책을 다 읽은 후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심슨 가족'의 시즌 12에 에피소드 3화. 거기에서 킹이 "나 요새 벤자민 프랭클린의 전기를 쓰고 있어요. 그 사람은 전기를 발명했지요..." 하면서 짤막하게 등장한다. 아, 다 읽고 나니 퍼뜩 그 생각이 나면서 재미있어 죽겠는 거다. 이 사람은 옛날 (해당 에피소드는 2000년 11월 12일 방영되었단다)부터 뭔가 이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지옥의 문을 두들기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해당 일화는 꽤 좋아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소설 결과물은 정말 의외였다. 이 소설은 좀 새삼스럽다. 초능력 소녀 캐리에게 독특한 애정을 독자에게 던져주었던 스티븐 킹 소설 중에서도, 이렇게 으시시한 소설이 있었나 싶게. 건조하면서도 차갑게, 그리고 으시시하게. 


 그러면서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궁금한데? 했던 생각을 떠올리게 하면서 책은, 페이지를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아마 소설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떠올릴 만한 질문. 주인공과 악역의 만남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리고 ... 사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던 한 순간 인간에게 비극이 던져지는 것일까. 신은 왜 그래? 

 스티븐 킹은 그런 질문에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풀어보인다.


 [리바이벨]은 화자이자 주인공인 제이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한 ... 만남에서 시작한다. 이걸 뭐라고 써야 할까. 여기에서 질문이 하나 둘씩 생긴다.


  1. 나와 누군가의 어떤 만남은, 운명일까 우연일까.


   "그런데 우리의 인생을 집필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운명일까 우연일까? ...운명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 빛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헛된 망상이 된다. (p.12)"


 운명 혹은 우연. 그리고 킹은 늘 하던 대로, 우연스러운 작은 만남에서 피어나는 선과 악의 흐름길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간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늘 웃음이 피어나지 않는다. 선량해보이는 젊은 목사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그리고 누구라도 해보았음직한 그 뻔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2. "이유가 뭡니까? (p.102)"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느 날이라도 당장 쓰러질 수 있는데 우리는 그걸 절대 모른다 (p.89)" 인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전쟁이 나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악을 보노라면 신은 없거나, 악마랑 같이 인간을 농락하는 것 같다는 그 흔한 질문, 그리고 모두가 생각한 그 금기시된 질문을 킹은 풀어놓는다. 이유가 뭡니까? 


 여기까지 읽으면 그저 가슴 아픈 아버지의 비통한 외침으로만 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내에게 악마의 유혹이 오려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스티븐 킹은 그 순간부터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휘어잡는다. 그가 '왜'냐고 묻는 순간 우리도 '왜 이 사내에게!'라고 같이 물어본 순간에. 아, 이 가여운 사내가.. 라고 생각한 순간에.


 3. "나는 옛날 같았으면 우리가 걷는 길은 무작위로 선택하는 거라고 했을 것이다. ... 세상에는 어떤 기운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선택해야 한다. 늘 생각해야 한다. 이 책 후반부에 집회에 모인 사람들처럼 되어서는 안된다. "주기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친구들과 연락하고 그날의 뉴스를 챙기는 사람들, 기상 위성과 간 이식 수술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 그런데 산타와 이빨요정이 잔혹한 사실주의처럼 여겨질만한 이야기에 넘어가고 있었다.(p.317)" 자신이 무엇을 다루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의 신세에 분노하고 교활하게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속아넘어가서는 안된다. 제이미처럼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어떤 걸 다루는지 알고 계신 건가요?(p.372)"라고. 제이콥스의 말마따나 "진실을 알 자격이 없고 그래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그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으니까(p.376)." 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래, 개인은 그렇게 살고 선택해야 한다고 치자. 어려움이 있어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는 게 인생이 아니라는 걸 (p.36) " 알도록 즐거움도 맛보면서, 기적도 맛보면서, 그리고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으니 때로는 거대한 기운에 압도당하면서. 그것이 운명인지 우연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 순간의 선택들이 있을 뿐이지.


 그리고 그런 개개인들의 선택이 쌓이고 종국에는 역사가 되고 어떤 거대한 믿음의 줄기(신앙이라는)를 쌓은 것을 보며.. 사람의 '끝'에 있는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작가는 묻는다. 그래, 너는 그렇게 선택하고 열심히 살았어, 네 나름대로는. 하지만 어느 순간 뭔가 잘못되기도 하고, 네가 원치 않아도 죽기도 하고 그럴 거야. 


 누구나 가족을 잃는다. 가슴 아프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신이 가장 먼저 잃어버리게 되는 대상이 될 수도, 아니면 부모님의 호상을 치를 수도 있고. 하지만 스티븐 킹은 제이콥스에게 동정을 줄 만할 때 재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재빠르고 잔혹한 솜씨로 상대의 악을 보여준다. 

 마지막의 순간까지 제이콥스는 너무나 비열했다. 기다린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사후를 들여다보고, 그것으로 세상을 비웃으려 한 것. 자신의 마음을 선하게 갖는게 아니라 분노를 품고 살아가던 사내가, 세상에 사기를 치면서까지 벌이려던 자기 합리화의 길은 너무나 구역질이 나고 악한 것이었다. 뉴스에서 많이 봤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지만... 


 스티븐 킹 소설 중에서도 '리바이벌'은 으시시한 쪽으로 손꼽을 만하다. 목사가 등장한 적도, 죽음을 다룬 적도 많았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자신의 울분을 토하기 위해 사람들을 속여가면서, 오직 자신의 목적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너무나 악한 인간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다.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이나 제이미에 대해 생각하며.. 그의 말에 동감을 표한다. "운명일까 우연일까? ...운명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 빛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헛된 망상이 된다. (p.12)"


 리바이벌을 읽고 나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에는 어떤 기운이 있다." 그렇다면, 우연이라 할지라도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는 선의 의지가 발휘되기를, 그저 바랄 수 밖에. 그리고 생각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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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이 아저씨에게 작년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후속편이 혹시 없냐고 재촉하기도 전이었다. 그가 떡하니 후속작을 내놓았다. 미치광이 벤츠 살인마에게서 세상을 구한 늙그수레한 아저씨의 이야기를.


 "월요일 새벽은 맑고 따뜻하다. 시티 센터 앞에 걸린 온도계는 해가 지평선 위로 완전히 떠오르기 전부터 21도를 찍고 있다. (...) 오늘은 지글거리는 진짜 여름의 첫날이 될 것이다." -p.404


 그렇게 '그날'이 시작되었다.

 아, 잠깐.

 이야기의 시작은 이게 아닌가? 


 "일어나시지, 천재씨." -p.13


 가 시작이다. 그리고 이 화두는 내내 모든 이야기를 지배한다. '천재씨'를 향한 이야기, 헌사. 아니면.. 광기? 

 후속작 '파인더스 키퍼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시작을 보인다. 1978년부터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세상을 피해 숨어있는 유명 작가 (무려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였는데(...)!" -p.460 라고 묘사되는)의 살인 사건. 하지만 평범해보이는 그냥 강도 사건 너머로 펼쳐지는 것은 짐작할 수 없는 집착과 광기이다.


 스티븐 킹이 작가를 소재로 쓴 책이 몇 개가 있는데, 당장 (그리고 제일 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미저리'이다. 아, 엄청난 작가의 미치광이 팬이 우연찮게 발견한 작가를 강금해서 원하는 소설을 쓰게 하는. 그 외에는? 토미 노커스 (작가가 제일 먼저 미치던가 하는), 소설을 훔친 남자(이혼 후 작품 활동을 못하고 은둔한 작가 이야기), 샤이닝(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영어선생이 호텔과 밀당하는 이야기), 그것(유명 작가가 주인공들 중 원탑으로 나와서 악몽과 싸우는), 자루속의 뼈(사별의 고통으로 글을 못 쓰니 유령이 괴롭히는).. 정도가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았나 싶은데.

 스티븐 킹이 작가에 대해 '미저리'를 확립한 이후 (이건 진짜 확립이다. 광적인 팬에 대해 '미저리'라고 하면 확! ..확립되지 않았는가?), 등장인물의 '직업'이 작가였던 적은 저렇게 많았다. 그냥 등장 인물일 뿐인. 사실 미저리도 '광팬'이 좀 더 주가 되지, 작가가 주가 된다고는 할 수 없을 거다.


 그런데 이 '파인더스 키퍼스'는 다르다. '천재씨' 로스스타인은 등장하자 마자 죽는다. 처음에는 연도(1978년)을 못 보고 책장을 넘기다가 응? 했으니까. 이렇게 과거에 죽어서 뭘 어쩌자고? ...라고 생각했는데, 극 중에서 내내 '로스스타인'은 등장 인물로 떳떳히 역할을 한다. 이 이야기는, 그의 소설에 압도당한 사람들이 각자의 욕망에 따라, 그리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한 이야기들을 커밋 호지스를 통해 엮어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자신의 뜻대로 전개되지 않은 데 화가 난 미치광이.

 우연히 보물을 발견하자 어려운 가족을 위해 나선 어린 꼬마 아이.

 

 이야기의 두 축은 이렇게 진행된다. 뭐, 미치광이가 미쳤겠지.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는 듯 한데 그게 얽히는 지점들이 기가 막히다.

 도저히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그래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는 그 지점에서 스티븐 킹은 자신의 마법을 발휘한다. 커밋이 나타나고, 그에게 자연스럽게 사건이 상담된다. 그리고 주문에 걸린 광기가 풀려난다..


 "그 공책에 미련이 있었거든요. (...)그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지만 무의식 속에는 분명 그런 생각들이 있었어요. (...) 그 공책들이 저한테 주문을 걸었다고요." -p.554


 주문에 걸린 두 등장 인물은 그래서 각자의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 노트를 얻기 위한 모리스의 광기는 너무나 간절하게까지 느껴지기는 개뿔. 처음부터 미쳐 있어서 작가를 죽였는데. 그리고, 40년이 거의 다 지나가서까지 그 광기가 영향을 끼친다. 그 집념과 광기는 직접 봐야 한다. 전편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편의 미치광이도 만만치 않다. 단지 악의로 똘똘 뭉친, 나름의 이유에 똘똘 사로잡힌 광기는 읽을수록 무시무시해진다.


 사실 이번 편에서 커밋 호지스는 주인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는 이야기를 하나로 확 그러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파인더스 키퍼스' 만이 아니라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부터. 호지스는 동료들과 함께 차분하게 단서를 모으고, 사람을 지켜본다. 그들은 제각기의 이유를 갖고, 살아 움직이면서 마침내는 쾅..! 사건의 중반부부터는 설마, 설마 하다가 으아, 으아! 하면서 이끌려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 정신병자의 심정을 이해한다. (...) 실제로 눈물이 났다. 피트는 그런 눈물이 허구의 진정한 힘이라는 생각을 한다." - p.530


 그렇다. 허구의 진정한 힘. 이 소설을 내내 지배한 것은, 스티븐 킹이 정말로 너무나 뛰어나게 작품을 지배시킨 '진정한 힘'. 따로 움직이던 모리스와 피트가 어느 순간 쾅-! 마주치기까지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지닌 '진정한 힘' 이다.


일어나시지, 킹 아저씨.

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이 아저씨는 자신의 진가를 모두 발휘하고 있으므로 일어나야 하는 건 그의 팬들이다. 서점으로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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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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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최초로 시도한 탐정소설이며, 킹의 소설 다운 재미가 그대로 느껴지므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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