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베이커>
〈My Funny Valentine)으로 잘 알려진 쳇 베이커는 1950년대 웨스트코스트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쿨재즈의 대표적인 트럼페터이자 보컬리스트이다.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 불릴 정도로 미남이었고, ‘쿨재즈의 왕자‘ 로 불릴 정도로 실력파였던 그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주 스타일,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목소리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지만, 평생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독과 방황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
쳇 베이커와 관련해서 재즈 팬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그가 1950년대를 중심으로 한때나마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최고의 대중 스타였지만 음악은 별 볼일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치열한 트럼펫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물론 정답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재즈는 선택의 음악이므로. - P7
쳇 베이커는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사랑의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자비한 상처였다.
그 중심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심했던 마약중독이 크게 작용했다.
한 사람의 인간성을 극도로 피폐하게 하는 것이 마약이라지만, 과연 이를 통해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어느 한순간 쳇 베이커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최소한의 애정마저 제쳐두게 할 만큼, 그는 그런 삶을 살았다.
난처한 상황을 피하려고 눈앞에서 쓰러진 이의 사체를 유기했고, 마약을 구하기 위해 아내로 하여금 다른 이에게 몸을 팔게 했으며, 삐뚤어진 감성으로 자라나던 자식들에게 옷 살 돈 한 푼 건네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숱한 악행을 저지른 *그의 음악이 *소름 끼칠 만큼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는 딜레마에 있다. - P8
나 역시 이 책에 담긴 쳇 베이커의 삶을 마주하며 일련의 감정 변화를 경험했다.
호기심, 당혹감, 분노, 그리고 동정.
그런데 세 번째 단계에 이를때까지 그 감정의 근거가 명확했던 반면, 마지막 동정의 마음을 가진 순간부터 스스로 그러한 늒미을 받게 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미는 게 과연 타당한지 자문하게 됐고, 그 안에서 얽히고설킨 갈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탓이리라. - P8
쳇 베이커를 잘 모르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이유는, 등장 인물 사이의 선악 구도가 비교적 명료하다는 데 있다.
물론 저자의 시선은 쳇 베이커에게 내재된 악마와 천사의 양면성을 놓치지 않았다.
하나의 사건은 언제나 이면을 담고 있으며, 그 이면을 간파하는 것이 쳇 베이커를 이해하는 결정적 열쇠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P9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아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살아갈 뿐이죠.
그런데 쳇 베이커는 그걸 했어요.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이는 개자식이 된 거죠.
월스트리트를 활보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 걸어 들어가 마약을 합니다. 멋진 양복을 입은 책 그런 짓을 벌이는 건 그들의 실제 삶과는 아주 동떨어진 모습이죠.
결국 영혼이 결여된 것과 영혼 그 자체가 벌이는 싸움이에요.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이 쳇 베이커에게 끌리는 겁니다. 그는 정말 영적인 힘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어요. - P10
한 사내가 있었다. 천재적인 음악의 감각을 타고 태어났지만 그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고, 그는 스타가 됐다.
많은 여인들이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마약이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지지러진 눈빛 속에서도 그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인들은 더 강한 집착으로 그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고 믿었다.
어느새 그는, 자기 자신이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제멋대로 살다가, 역시 제멋대로 죽었다.
알고 보니 그가 사랑한 건 음악과 마약뿐이었다. 여인들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그를 사랑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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