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그 자리에 - 첫사랑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선천적으로 수동적인 게 싫었고, 매사에 능동적이라야 직성이 풀렸다. 내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배워야만 했다. 나는 좋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좋은 학습자였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그들은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자신만의 것‘을 추구했다.

63쪽

인큐내뷸러 incunabula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1450년부터 1500년까지 유럽에서 활자로 인쇄된 서적을 가리키는 말)

64쪽

나는 아무 곳에나 내키는 대로 시선을 던졌는데, 그러다가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고는 ‘이게 웬 횡재냐‘하고 쾌재를 부르며 내 자리로 가져오곤 했다.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책을 읽으며 자기만의 세상에 몰입했지만, 일종의 공동체 의식이나 친밀감도 존재했다. 책의 물질적 속성(이를 테면 같은 책꽂이, 심지어 바로 옆에 꽂혀 있는 경우)이 매개체가 되어, 그런 책들을 만지고 공유하거나 주고받거나, 심지어 대출한 독자들의 이름과 대출 날짜를 확인하는 가운데 유대관계까 새록새록 생겨났다.

66쪽.

허탈해하는 내 모습을 본 도서관 사서는, ‘가치 있는‘ 것들은 모두 디지털화되었다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 도서관에서 책은 물론 제본된 정기간행물까지 사라진 데 대해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물리적인 책에서 대체될 수 없는 무엇, 즉 겉모습, 향기, 중량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