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의 논점 - 현재와 미래를 바꾸기 위한 42가지 제언
고한석 외 지음, 강양구 외 엮음 / 북바이북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짜뉴스의 정의를 살펴보자. 가짜뉴스는 학술적 · 법률적 개념이 아니고 여전히 논란에 휩싸여 있는 단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아란 연구위원은 "허위의 사실관계를 고의적 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사 형식을 차용하여 작성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상업적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타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담긴 정보,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 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사실 검증이라는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사실처럼 허위 포장된 정보를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가짜뉴스 현황과 문제점」에서는 가짜뉴스를 "콘텐츠 생산이 급격히 증가한 환경에서, ‘원본과 작성 주체의 불명확성‘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이용자가 믿을 수 있는 뉴스 형식을 갖춰 신뢰를 얻은 후, 정파적 혹은 경제적 목적으로 내용을 의도적으로 교묘히 조작하여, 한눈에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소셜미디어, 모바일 메신저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확산을 의도한 뉴스라고 정의했다.

184쪽.

이 같은 정의를 종합하면 가짜뉴스는 대체로 내용(허위)과 형식(언론 보도 양식)과 의도(속이려는 목적)라는 3가지 구성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 3가지를 엄밀하게 적용할 수 있느냐다. 내용이 허위인 것은 비교적 쉽게 판별할 수 있지만 일부의 경우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1991년에 불거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당시부터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대법원에 의해 사건 조작이 밝혀진 것은 2015년이다.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제기된 의혹은 형식 논리상 허위의 내용이며 가짜뉴스에 해당될수도 있다.

가짜뉴스의 형식도 문제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누구나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는 시민 기자가 본인의 블로그 글을 기사로 올리고 있고, 많은 사람은 그들이 쓴 글을 기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만 기사인 것도 아니거니와 최근 언론계에서도 형식 파괴 기사가 나오고 있다. 유튜브로 가면 더 복잡해진다.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여 있는 유튜브 보수 논객이 만드는〈정규재TV〉가 방영하는 내용은 기사 형식일까? 

기사 형식이 아니라면 허위 내용에 대해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면죄부를 줘도 괜찮을까? 언론 기사로 오인하게 만드는 허위의 내용을 가짜뉴스라고 한다면 사람마다 가짜뉴스의 정의는 달라질 것이다.


‘속이려는 의도성‘이란 요건 역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다.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의 의도성은 원칙적으로 작성자 본인만 알 수 있다. 그걸 접한 사람은 추정만 할 뿐이다. 

2018년 8월 〈한국경제>가 최저임금 때문에 자살한 여성이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사실이 아니었고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였다. 몇 시간 만에 기사를 내렸지만 가짜뉴스를 만들었다는 비난이 줄을 이었고, 〈한국경제〉는 "한경은 가짜뉴스를 만들지 않습니다"란 제목의 해명성 기사를 작성했다. 

제보를 받고 취재를 했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사례를 전해 들어‘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1년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1천 건 넘게 작성했다. 

이 기사 역시 최저임금을 비판하려는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 <한국경제>는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도 독자를 속이면서까지 최저임금 정책을 비판하려 했을까? 의도성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달라질 것이다.

1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