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전쟁
주디스 밀러 외 지음, 김혜원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K.D.와 아바는 진술서에서 자신들이 이교도 집단 최초의 세균 전사들이었다고 고백했다. 푸자와 실라는 이 세균이 그해 말에 유권자들을 병에 걸리게 해 투표를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1984년 여름과 가을에 성과를 시험해 봐야 했다. (29)


이러한 과정에는 물론 희생이 뒤따랐다. 포트 디트릭의 세균 개발 프로그램은 밀폐된 실험실과 황량한 유타 사막에서 거의 1천 명에 달하는 미국 병사들에게 장래의 세균 무기들을 실험했다. 이 세균은 군인 외에도 오하이오 주립 교도소의 죄수들에게도 노출되었고, 지원자들에게 조심스럽게 모니터되었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 따라 치명적인 병원균들의 영향력을 조사하기 위해 비밀리에 미국의 몇몇 도시에 가벼운 세균들이 살포되기도 했다. (37)


일본인 의사와 간호사 아홉 명이 생포된 미국비행사 여덟 명을 생체 실험한 일로 전후에 유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일본의 고위 관리는 단 한 명도 생물학 전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미국의 관리들은 일본의 세균 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기록을 넘겨주고 그 번역을 도와준 대가로 731부대의 부대장 시로 이시이와 그의 몇몇 동료들을 기소 면제해 주었다. 이 과학적 자료는 뜻밖의 횡재로 여겨졌고 주의 깊게 조사되었다. (43-44)


디트릭의 전문가들은 종종 군의 지시에 따라 새로이 생산된 세균들의 취약성을 조사하기 위해 사보타주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살포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또 샌프란시시코에도 가벼운 세균들을 살포했으며 박테리아가 가득 담긴 백열전구들을 뉴욕시의 지하철에서 깨뜨리기도 했다. 모두가 병원균들이 도시 중심으로 퍼지는 확산 속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세균들은 당연히 무해한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몇 년 뒤 비평가들은 이렇게 살포된 세균 일부가 특히 노약자들 사이에 숨은 전염병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미군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세리티아 마르세슨스>를 뿌린 뒤, 스탠포드 대학 병원의 환자 열한 명이 유사한 유형의 병균에 감염되었으며 환자 한 명은 그곳에서 사망했다. 의사들은 전염병 발발에 어리둥절해하며 이 사건을 의학지에 실었다. 정부는 후에 이번 사망 사건이나 다른 감염들에 대한 어떤 책임도 부인하면서 법정에 그와 같은 증거를 제시했다. 논쟁은 아직도 결말이 나지 않았다. (46)


과학자들은 이 전염병을 은밀히 확산시키는 방법들을 고안했다. 평범한 물건들 속에 숨겨질 수 있는 작은 에어로졸 발생기들이 개발되었다. 19655, 디트릭의 특수 작전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도 외곽에 있는 워싱턴 국립 공항에 가짜 천연두 병원균들을 살포하기 위해 서류 가방 속에 발생기를 숨겨 여행에 나섰다. 천연두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이루어진 이 비밀 실험에 대한 장문의 보고서는 여행객 열두 명 가운데 한 명꼴로 감염되어 결국 이 질병이 순식간에 전국을 휩쓰는 전염병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72)


알리벡의 말은 무시무시했다. 그는 모스크바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사용하기 위한 수백 톤의 탄저균과 천연두 그리고 전염병 세균들을 은밀히 생산해 왔다고 진술했다. 세균의 양은 미국 전문가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알리벡은 또한 소련 각료 회의에서부터 소련 과학 아카데미와 국방 장관, 보건부 장관, 농산부 장관 그리고 표면상으로는 민간 제약 대리점인 그의 바이오프리패럿에 이르기까지 확대된 세균 제국을 묘사했다. 사실 알리벡은 바이오프리패럿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걸쳐 흩어져 있는 40곳 이상에서 수만 명을 고용하는 생물학적 전쟁 기계라고 말했다. (179)


최고의 심장병 학자이자 군 장교인 우터 배슨은 세균 무기를 만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비밀 프로그램 <프로젝트 코스트>의 기초를 세우고 지휘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미로 같은 위장 기업과 위장 과학연구소들을 통해 탄저병, 보툴리누스 독소, 에볼라 ,마르부르크병 그리고 에이즈의 원인인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 HIV 등의 군수 공장을 증강시켜 왔다. 이러한 병원균은 대부분 인종 차별 정책의 대상인 흑인들을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기 위해 사용되었다. (198-199)


웨버는 깜짝 놀랐다. 켄 알리벡이 강화시켰다가 소련인들이 1980년대 말에 보르로즈데니에 섬에 다급히 매장시켰던 탄저균 포자만큼 미국의 정보기관이 관심을 갖고 있는 병원균은 없었다. 탄저균은 이라크뿐 아니라 소련이나 미국도 공격적 세균전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무기였지만, 소련인들은 1979년에 스베르들로브스크에서의 비극적인 사고가 암시하듯 세계에서 가장 강인하고 유독한 계통을 개발했다. (280)


펜타곤의 문관 지도자들 역시 군이 14백만 명 이상을 예방 접종시키는 복잡한 백신 프로그램을 잘 진행시켜 나갈지 우려를 나타냈다. 걸프전의 결점들은 이제 속속들이 드러나 있었다. 백신 접종 기록들은 엉망이었다. 게다가 야전 사령관들은 펜타곤의 FDA와의 합의를 번번이 위반하고 병사들에게 위험을 경고하지도 않은 채 보툴리누스 백신과 피리도스티그민 브롬 칼리 진정제를 포함해 실혐용 약들을 마구 투여하고 있었다. (289)


포포프는 그 뒤 더 음험한 연구를 시도했다. 그는 새로운 독소를 발현시키기 위해 병웍뉸들을 괴이한 잡종으로 결합시키거나 외래 유전자를 병원균에 삽입시키기보다는 자가 면역 반응을 촉발시키는 방법들을 찾고 있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신체의 면역 기능을 속임으로써 서서히 피부 결핵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질병으로 나타나게 하거나 혹은 더 갑작스럽게 과민성 쇼크르 일으키는 자기 파괴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410-411)


부시 해엉부의 첫 몇 개월 동안인 2001년 초에, 펜타곤의 관리들은 러시아의 탄저균 계통 인도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세균을 만드는 일은 프로젝트 제퍼슨으로 알려진 DIA의 비밀 프로그램으로 넘겨졌다. (422)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 속에 생쥐의 면역계가 침입자들을 물리치도록 도와주는 인터루킨-4라는 신호기 분자의 생산을 통제하는 생쥐 유전자를 삽입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임신한 생쥐의 면역계를 과민하게 만들어 자신의 난자들을 이물질로 여기게 함으로써 낙태를 시키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하기 위해 인터루킨-4 유전자를 운반하도록 변경된 마우스폭스 바이러스로 생쥐를 감염시켰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생쥐를 의사 바이러스로 감염시키자 생쥐가 불임이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모두 죽어버렸다. 과학자들은 마우스폭스 백신 접종을 한 생쥐까지도 죽는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임신 조절을 하려던 것이 그만 수명 조절이 되고 말았다. (424)


메셀슨은 미래에는 세균들이 살인뿐 아니라 인식력과 성장과 생식력 등 생명의 모든 과정을 조작하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들은 결국 인간 자체를 도태시킬 수도 있었다. 그는 <먼 미래의 어떤 그룹이 그러한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부릴 것인가?>라는 걱정스러운 물음을 제기했다. (430)


이 말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조언에 따라 행동을 취하는데 또 다시 50년을 기다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세균전 위협이 거짓이라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생물학 방위에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의 결론대로 그 위험이 실재라면 투자가 너무나 방만하고 산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나라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재난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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