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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중학교 때 제인에어를 처음 보았을 때였다. 도무지 매력적인 데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던 로체스타를, 역시 별로 예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하는 제인은 왜 그토록 사랑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은 잠자기 전, 잊을만 하면 내 머리맡으로 찾아들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인이 다시 로체스타에게 돌아가게 된 목소리 사건은 텍도 없는 얘기이지만,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는걸 어떡해.
뚜렷한 자기 의지를 가진 예외적이자 개성적 여성상을 만들어 내어 영미문학사에 명작으로 손꼽히게 되고, 그래서 우리네 권장도서 목록에도 등장하게 된 것이 제인에어렸다. 그 당시엔 그런 문학사적 의의 따윈 전혀 알지 못했지만, 여하튼 제인은 내 눈 앞에서 한 판 춤을 추고 지나간 수많은 여주인공 중에서도 단연 '인상강렬도' 부문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리고 서즈데이 넥스트가 등장한 순간, 제인의 순위는 밀려나고 만다. 아니, 제인 뿐 아니라 다른 여주인공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1위가 바뀌었는데 그럼 어떡하라고!!
끈기있고, 유능하며, 소신 있고, 나와 같은 반전주의자이며, 편견 없이 사물을 대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따뜻한 사람인 서즈데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 멍텅구리인 면이 있다. 10년을 끌어안고 사는 가장 큰 아픔이 기실은 자기 자신의 옹고집과 몰이해가 만들어낸 아픔이니.
아무튼, 아, 도저히 나의 서즈데이에 대해 더 늘어놓을 수가 없다. 읽는 당신의 감상을 방해할까봐.
서즈데이의 이야기선과 제인 에어의 이야기선이 버무려지며 만들어내는 제인 에어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장. 하하! 앞으로 제인 에어를 다시 펼쳐들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책 구석구석에서 서즈데이의 흔적을 읽어 버리며 킬킬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