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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정의 (특별판)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그야말로 압도적인 작품. 정의, 공정, 이익이란 단어의 뉘앙스를 이토록 풍부하고 아름답게 천착해 내다니!!
어슐러 르 귄, 테드 창에 이어 이 작가의 작품 역시 번역되는 족족 무조건 구매하게 될 듯하다. 연작의 세 편 모두 그야말로 빛나는 수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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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자비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색다른 각도에서 되짚게 해 준다는 게 SF의 미덕이라 할 때, 이 시리즈는 정녕 최고의 작품이다. 1권을 처음 읽었을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2권, 3권을 읽고 나선 전율했고, 그 후 1-3권을 다시 읽고선 구매하고 말았다. 인간, 권력 등 많은 키워드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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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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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읽고 싶지 않았었다. 학교에서 마주하는 구조적 모순만도 넌덜머리 나는데, 학교 문제를 다룬 책을 또 보고 싶을 리가. 우물 안에서는 우물 밖이 안 보이니, ‘우물 밖의 시선으로 학교 문제를 다룬 걸 읽는 것이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안 한 건 아니나, 그래도 읽기 싫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시작은 이 책에 대한 홍보 기사물들이었던 듯하다. 여러 인터넷 신문이 제목으로 뽑은 게 조정래 씨의 인터뷰 문구 중 이 대목이었다. “1과 중1, 두 손자에 대해서는 사교육 폭탄을 던지지 말라고 며느리에게 강력 경고했다는 대목. 글쎄, 할아버지가 집안의 어른이긴 하지만 그래도 며느리에게 시아버지가 설득이나 부탁’, ‘가르침을 주었다는 표현도 아니고 강력 경고? 그것도 그 말을 언론에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진짜 가부장적인 시아버지 아냐? 시아버지란 사람이 전후맥락이 다 생략될 수밖에 없는 언론에서 며느리한테 저렇게 말했다고 한다면, 그럼 저 며느리는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비치게 될까? 조정래 씨의 책 속에서 묘사된, 교육을 어느 정도 받아서 오히려 더 애들 교육 문제에 맹목적이고 이기적으로 구는 속물 아줌마로 곧바로 포지셔닝되는 거 아닐까? . 저 시아버지, 뭐지? ‘강력 경고외에는 며느리랑 의사소통도 못해서, ‘강력 경고가 아니면 자기 집안에서조차 자신의 신념을 먹혀들어가게 할 수 없는 사람?

 

소설을 읽기 전 인상부터가 이렇게 꼬여 있어서 그런지,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사교육 문제보다도 나는 이 작가의 문맥 곳곳에 깔려 있는 여성 혐오적인 내러티브가 훨씬 더 눈에 띄고 거슬렸다. 사교육 광풍의 진원지를, 조금 배워서 오히려 더 속물적이고 유치하고 천하고 치사한”(1214) 엄마들에 맞춘 내용은 여러 군데 나왔는데, 인정한다, 그런 엄마들 제법 많이 있는 것. (그런데 이게 무조건 엄마들일까? 천만에. 사족이지만, 내 교직 인생에서 가장 끔찍했던 학부모 top 5에는 아빠들이 넷이다. 대입 원서 상담하러 와서, 담임과 애 면전에 대고 내가 이 따위 대학 등록금 내 주려고 여태까지 뼈 빠지게 너한테 투자한 줄 아냐 외치던 그 답 없는 학부모도 애 아빠였다. 백번 양보해서 이런 사람들 중 엄마들이 더 많다 치자. 그런데 이런 엄마들이 사교육 광풍의 진앙지일까? 천만에! 사회 구조를 봐야지 왜 그 축의 한 사람인 엄마들만 이렇게 원색적으로 비난하나?)

아무튼 이런 속물적 엄마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비뚤어진 사랑을 퍼붓는 엄마들은 소설 속에서 여러 인물로 등장하며 여러 각도에서 비난 받는다. 평상시엔 아이 교육에 큰 신경도 안 쓰다가 아이가 자살하려 하자 큰 소리를 내며 엄마를 질책하는 지원이 아빠를 통해. 아니면 평소 엄마의 횡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안 하고 한 발짝 물러서 있다가 엄마와 아이의 갈등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시키고 중재하는 대신 일방적으로 아이 편을 들며 엄마는 묵살하는 예슬이 아빠 같은 문제적 아빠들을 통해. (그런데 이 아빠들은 지원이 아빠 유현우가 강교민에 의해 비난받은 것 외에는 큰 비난을 안 받는다. 오히려 딸들의 입을 통해 요즘 세상에 남왕 자리를 지키시근사하고 멋진 아빠(1205)로 칭송받는다. 맙소사...... 왜 둘 다 자격이 없을 때 엄마만 비난받을까?)

이런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이며 더 나아가 여성 혐오적이기까지 한 내러티브는 소설 곳곳에 산재한다. 두 군데만 더 짚어 볼까?

1. ‘심지어 여자애한테까지 태권도를 시킨다느니(정확한 쪽을 못 찾았는데, 이런 내용의 말이 두 번이나 나왔다. 그런데 여자애들은 왜 태권도를 배우면 안 되는가? 여자답지 않다? 여자애들이 태권도를 싫어한다? 만약 전자라면 답 없는 거고, 후자라면 이 착각은 몹시 시대착오적인 듯하다. , 현재 여고 근무하는데, 체육 시간 한 시간이라도 없어지면 우리 아가씨들, 제대고 발작하고 난리다. 또, 주변의 초등학교 여자 아이들 중에 태권도 좋아 죽는 애들도 많다!!),

2. 엄마한테 백전백패할 때마다 아빠는 얼마나 한심하고 찌질한지”(1114)라고 한다든지, 초등 교사인 사촌 여동생은 성난 아빠들을 대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사촌 오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든지. (이게 얼마나 한심한 인식인지는 길게 말하지도 말자.)


이런 내러티브는 아빠-엄마, 남성-여성의 이분법에서 더 나아가 여러 지점에서 흑백론적 이분법으로도 읽혔다. 소설 초반 강교민을 묘사하면서 보여 준 전교조 교사=참교육을 실천하는 훌륭한 교사의 등식이라든가, 다른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성적으로만 보거나 아이들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 교사로 은연중 깔고 간다든가, ‘일반학교<대안학교, 혁신학교의 이분법이라든가.(참고로 나 전교조 교사다. 그런 내가 단언컨대, 이런 인식은 미숙하고 비현실적인 흑백논리다.)

이쯤 되니 씁쓸했다. 이것 하나하나가 학교 현장을 얼마나 얄팍한 시선에서 바라본 것인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이분법이 얼마나 위험한가부터 짚어 보자. 기득권 세력의 담화에 충실하게 젖어 살아서, 전교조 교사는 빨갱이이자 우리 교육을 망치는 원흉으로 알고, 교육에서건 사회에서건 무한 경쟁을 외치는 논리에 아무 문제 의식을 못 느끼고 순응하는 보수주의자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이, 소설 초반부터 전 정권을 날세워 비판하고(사족이지만, 나 개인적으론 몹시 동감하는 진술이긴 했다), 전교조 교사만 참 교사라는 식의 진보 꼴통 논리가 이렇게 노골적인 이 책을 더 읽으려 할까? 이런 이분법적 논리를 감지할 때마다, 작가님이 조금만 더 고민해 써 주시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의 말을 들어줄 사람들의 외연을 넓혀 더 많은 이들에게 현재의 교육 구조에 대해 문제 의식을 전달해야 했는데.... 소설은 의사 소통이어야 하는데, 사교육 문제 등 경쟁 논리에서 나온 교육 문제야말로 의사 소통을 통해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소설 곳곳에 산재한 이런 식의 흑백 논리는, 보수 꼴통들의 이분법과 거울상이어서 부끄러운 것도 문제지만, 내 말 들을 사람은 듣고 안 들을 사람은 책 덮고 듣지 말라는 식의 뻣뻣함으로 느껴졌다


이분법 얘기는 그만하고, 학교 현장 및 교육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고, 더 깊이 성찰하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되돌아가자. 현실에 대한 고민이 얄팍하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은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이 책 속 강교민이 사촌 동생네의 초등학교 가출 학생 문제까지 개입한 부분이다. 작가는 참교사로서의 진정한 노력을 그리고 싶었겠지. 그러나 나는 이게 현실적일 수도 없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많은 고등학교 교사는 중학생의 시선을 이해하는 데만도 어려움을 겪는다. 애들 특성이 다르니까. 그런데 아무리 자식 키우는 아버지라지만 초등학교 아이와 학부모의 문제에? 더군다나 아무리 사촌 동생인 담임과 대화를 나누었다 한들, 그 사촌동생 또한 가출 학생의 담임이 아닌 동생의 담임일 뿐인데? 아이의 맥락을 충분히 모르고 아이와 래포도 형성되지 않은 사람이 이런 문제에 함부로 낀다? 게다가 끼어서 저렇게 바람직하게 갈등을 해결한다? , 저 순진하기 짝이 없다 못해 비현실적이면서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니.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는 것 외에도 또다른 점에서 불편했다. 이러한 스토리 하에는 교사들아, 너희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을 뿐이지 강교민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아이들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단다는 내러티브가 은연중 깔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이 내러티브는 소설 속 여기 저기에 많이 깔려 있는 담론이다), 이는 너무 오만하며 편협한 내러티브 아닐까. 너희들은 왜 그 따위야, 할 수 있는데 왜 그래? 교사들에게 이렇게 비난하는 사람들, 한번은 생각해 보자. 관료화된 교직 사회에서 교사들이 아이들과 만날 시간이 뭐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시간이 없으면 강교민처럼 방과 후 시간을 할애하면 된다고? 그럼 교사들은 생활인이 아닌가? 애 데리러 가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하며, 내 아이가 사회에서 올곧은 구성원이 되도록 질적인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생활인 말이다! 그런데 자기 퇴근 후 시간을 오로지 학교의 아이들을 위해서만? 게다가 아이가 쉽사리 오픈하지도 않는 문제까지? 수업 준비할 시간도 모자라는 학교에서 뭘 얼마나 파악해서 뛰어다닐 수 있나?

강교민처럼 살지 못한다고 비난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은 과연 알까? 비록 생활인으로서 사느라 내 개인적 시간을 강교민처럼 헌신적으로 쏟아봇진 못하지만, 학교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잘 키워 보려 노력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없는 현실(아이의 가정 환경일 수도, 사회 구조일 수도....) 속에서 느끼는 교사들의 아픔을?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 시그널에서 김혜수가 읊은 대사처럼, “범인을 잡지 못하는 고통도 모르면서 경찰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

사실 이렇게 서로 서로를 무한히 비난하는 내러티브는 비단 교사들에게만 가해지는 건 아니다. 의사들에 대한 무한 불신, 기자들에 대한 무한 불신, 정치인들에 대한 무한 불신……. 우리 사회에는 몇몇 질 나쁜 인간이 한 행동을 무분별하게 확대 해석해 열심히 일하는 그 집단 내 다른 모두를 무가치하고 나쁜 인간으로 매도해 버리는 내러티브가 정말 강하다. 그런 내러티브 속에서 우리는 모두가 모두를 불신하고 공격한다.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 보려 노력하는 의사들, 어떻게든 사회를 위해 가치 있는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기자들, 어떻게든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 노력하는 정치인들은 이런 내러티브 속에서 공격받고, 상처받고, 싸잡아 무시당한다. 그들의 고뇌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데 이 글에서 작가는, 소설가는, 즉 현실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깊이 성찰했어야 할 사람은, 우리 사회의 이 저열한 내러티브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딱 이 정도 수준에서 교육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사교육 광풍의 문제는 속물적 엄마들이야, 아이들은 엄마들을 싫어해, 아빠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구출되지 않아, 학교는 노동교육도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해, 좋아하는 거 해도 안 굶어…….


차라리 조금 더 현상에 대해 깊게 고민해서 쓰시지. 거의 설교 혹은 노골적 서술에 가까운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웅변하듯 격앙된 어조로, 현실이 왜 문제인가를 외치기만 하지 말고, 깊게 고민해서 차분하게 독자들에게 보여 주시지. 예를 들어 소설 속에 잠깐 언급되었던 학교 폭력 문제만 해도, 현재의 학교 폭력 처리 정책 중 처벌 내역을 생활기록부에 등재하게 하는 정책(documentation)애초에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는지, 또한 얼마나 비교육적인지, 이런 입장에서 접근해 줄 것이지.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지적했던 문제들, 우리 사회의 문제들 맞다. 그런데 너무 앝다. 자료 조사는 많이 하셨겠으나, 현상의 본질에 대한 고민 자체가 너무 얕았다. 소설적 형상화로서도 얕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가오지 않고, 설득력이 없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문제적 담론만 반복하셔서....

아무튼 이번 책은 정말이지 실망이었다. 내가 정말 즐겁게 보았던 <태백산맥>의 작가님이 쓰신 거여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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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ospace 2017-02-1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깊이 성찰했어야 할 사람은, 우리 사회의 이 저열한 내러티브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딱 이 정도 수준에서 교육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크게 공감했습니다. 책을 사기 전에 이 리뷰를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로드™ 2020-12-26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비판.. 교육현실에 대한 관점이 세대별로, 자신의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륻수가 있겠네요. 그리고 작가는 이미 대하소설로 쌓아놓은 이미지가 워낙 큰 분이니까요.
 
철학하는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 - 세상을 이끄는 0.1%의 생각단련 프로그램
데이비드 A. 화이트 지음, 김효정 옮김 / 카시오페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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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십대뿐 아니라 주체적으로 살고픈 어른들에게도 퍽 괜찮은 책. 각 꼭지가 짧아서 부담이 없고, 질문을 통해 생각을 유도하는 구성이 매우 좋다. 무엇보다도 교사에게 더 좋은 책. 뒷부분에 각 꼭지를 수업할 때의 유의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도서가 따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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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라니? - 더글러스 애덤스와 마크 카워다인 두 남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개정신판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정우열 그림, 리처드 도킨스 서문 / 홍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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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낄낄거리게도, 숙연해지게도 하는 책. 절판되어서 아쉬웠었는데 그림까지 달고 재출간되어 정말 반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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