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으로 뽑혀서 읽게 된 책이다.책을 받자마자 '표지 제대로 병맛이네. 완전 맘에 들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맘에 들어서 읽고 있던 책들을 모두 제치고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취향저격의 표지가 아니더라도 [sf가 증명하고 과학이 증명한 시간여행의 모든 것]이라는 글귀때문에 바로 읽기 시작했을 것 같다.표지가 상당히 B급 취향이긴 해도 케임브리지에서 천체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존 그리빈이 글을 썼고 테드 창과 필립 k의 글을 번역한 김상훈님이 만난 책이다.책의 내공은 만만하지 않다. 9단계에 거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책은 1단계에서 먼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하고 시간팽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참고로 2015교육과정에서는 물리학1이란 과목에서 특수 상대성 이론을 가르친다. )ㅡ거대한 질량을 자긴 물체 근처의 휘어진 시공간에서 흐르는 시간은 평평한 시공간에서 흐르는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흐른다. p25ㅡ 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의 절반에 도달하면 시간은 13퍼센트 느려지고 (팽창하고) 광속의 99퍼센트에 도달하면 무려 86퍼센트나 느려진다.(p28) 시간팽창 효과는 수많은 SF의 기반이 되었고,미래를 향한 일방통행식 시간여행의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p29)4차원 시공간에서는 우리가 지금 하는 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미래의 모든 일이 미래광추에 있고 과거의 모든일은 과거 광추안에 있다고 물리학자들은 설명한다. 또한 우리와 무관한 시공간이 존재하는데 이런 시공간을 '엘즈휀'이라고 부른단다. 맥스웰방정식은 과거광추와 미래광주 양쪽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나 미래로 가기 위해선 빛보다 빨리 움직여야 하고 그런 이유로 양자터널링의 개념이 필요해졌다. 그런데다가 우리는 열역학 제2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엔트로피라고 부르는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세상이다. 외부의 에너지를 빌려와 일시적으로 국소부위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전체 엔트로피는 빅뱅이후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간의 화살표는 엔트로피의 증가도를 따라가는 현상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란 표현이 붙은 만큼 (과거로 되돌아가는)시간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일이고 (미래 여행을 위해) 시간을 거슬러가기도 어렵다. 이 경우에도 빛이 빛보다 빨라야 한다. 빛이 빛보다 빠르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이 필요하다. 양자역학 중에서도 가장 기이한 양자터널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양자터널링은 입자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공간을 이동하지는 않지만 처음 위치에서 다름 위치로 가 있는 현상이다. 위치가 변하는 입자도 자기가 어디에 있을 지 모르는데 이것이 양자론적 불확정성이다.이 불확정성때문에 양자역학은 재밌고 어렵고 매력있고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싫어했다.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반대했지만 아인슈타인 덕분에 양자역학이란 학문이 세워질 수 있었다. 또한 시간 여행도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이 만날 때 가능해진다.ㅡ시간 여행의 문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면서도 양립하기 어려운 두 물리학 이론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접점에서 발생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항성과 은하같은 거시 세계를 다루는 반면, 양자역학은 원자와 분자 같은 미시 세계를 훌륭하게 묘사한다. <마르틴 링바우어, 인스브루크대학교. p76>지구에서 성공한 물리학 법칙들이 우주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칼 세이건이 생각하고 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적으로 입증한 바에 의하면 우주 전역에서는 동일한 우주법칙 (상대성이론)이 적용된다고 한다.ㅡ 웜홀을 통해 새어나간 정보 (물리법칙)는 우주의 모든 영역과 모든 시점에 순간적으로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모든 전자와 원자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구성하거나 그것들로 구성되는 모든 물질이 동일한 물리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우주의 물리법칙이 보편적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128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가 시간의 작용을 변화시킬 수 있는것은 아니라고 한다.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 또한 결정되어 있으며 4차원의 시공간은 견고하며 개편불가능한 블록을 형성한다는 블록 우주에 대한 아이디어를 읽으면서는 문득 니체의 철학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친구의 부음소식에 블록 우주에 기반한 메시지를 친구의 자식들에게 보내는데 그 문구가 굉장히 철학적이었다. 가장 물리학의 기반에서 쓴 글이 철학적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ㅡ 물리학을 신봉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의 차이는 환상에 불과해. 설령 그 환상이 아무리 집요하더라도 말이야 p134이 블록 우주에 대한 아이디어로 로버트 A하인리히가 소설을 썼다고 한다. 생명선이라는 작품이라는데 빨리 찾아서 읽고 싶다. 어슐러 르 권여사의 책의 한 구절이 소개될땐 팬으로서 괜히 기분 좋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이론 천문학과를 설립한 대학자 프레드 호일은 <10월 1일은 너무 늦다>라는 SF 작품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강이라는 시간의 이미지는 "그로테스크하고 부조리한 환상"이라고 말한다. (p136)블록 우주 개념에선 지금까지 존재했거나 앞으로 존재할 모든 것은 언제나 그곳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다세계 해석을 따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자면 일반적인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는 중첩되지만 블록우주(다세계)에선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는 서로 다른 세계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평행우주론이 생각나는 지점이다.다양한 영화의 소재로도 활용되는 평행우주,멀티버스 세계에서 다른 곳에서의 일들은 우리가 알 수 없다. 어느 시간에 속해있는지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지 알수 없지만 모종의 관련성이 존재해서 물리학자들은 '위상공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위상공간은 진화의 한 과정이란 설명이 재밌었다. 질량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되는 현상에서 우리가 속한 우주는 블랙홀을 쉽게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블랙홀이 만들들어지면서 아기 우주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블랙홀에서 아기 우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유성생식과도 비슷해서 그 우주에서 사용되는 물리법칙은 원 우주의 것과는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p161) 스파이더맨처럼 다른 지구로 갔을 때 동일한 물리법칙,생화학 법칙이 적용되리라는 법은 없다는 얘기다. (고백하자면 이 지점에 대한 설명이 가장 재밌었다.)이 책에서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성자별 10개를 이동시킬 수 있는 거대한 힘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 끈 우주론의 개념이 들어오기도 했다. 다양한 설명들을 쭉 읽고나니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와 킵 손과 그 제자들의 연구 결과처럼 시간여행은 과학이 매우 발전한 문명이 자연이 이미 만들어놓은 타임머신을 찾아내서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ㅡ 이 모든 연구의 저변에는 무에서 시작한 문명이 타임머신을 건조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보다 충분히 발전한 문명이 자연발생한 웜홀을 개조해서 시간여행에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가 훨씬 쉽다. p117책을 읽다보면 수시로 접하는 표현들이 있다. [누가 어떤 일을 해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데 그들이 이러저러한 일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랍지 않다] 하는 부류의 문장들이다. 그러나 나는 과학자들의 다양한 활동들이 모두 놀라웠다. 병맛분위기의 유쾌한 느낌의 표지와 그렇지 않은 조금은 전문적인 내용의 책이었다.사실 표지만 보고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슈타인의 이론들을 기본으로 다양한 물리이론과 SF소설들을 인용하는 저자의 능력이 부럽고 대단하다 싶었다.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ㅡ #시간의물리학 #존그리번 #김상훈옮김 #휴머니스트#타임머신 #시간여행 #아인슈타인 #SF가상상하고과학이증명한_시간여행의모든것 #컬처블룸서평단 #책읽는과학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