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산(黑山)을 자산(玆山)으로 바꾸어 살려한다.
정약전은 종이에 검을 玆를 써서 창대에게 보여주었다. 창대가 고개를 들었다.
-같은 뜻일 터인데......
-같지 않다. 자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다. 흑은 너무 캄캄하다. 자는 또, 지금, 이제, 여기라는 뜻도 있으니 좋지 않으냐. 너와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사는 섬이 자산이다.
-바꾸시는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흑은 무섭다. 흑산은 여기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친다. 玆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 여기를 향해서 다가오는 빛이다. 그렇게 느껴진다. 이 바다의 물고기는 모두 자산의 물고기다. 나는 그렇게 여긴다. 338쪽
-3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