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너무 쓸쓸한데 아무렇지도 않게 써내려가서 가슴이 먹먹해 지는 소설입니다.

 

 

나는 문득 느꼈다. 죽은 자에겐 욕망이 없다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가장 큰 차이가 그것이라고.

여자의 눈빛 간절했다. 얼마 전에 마주친 남자아이도 그랬다. 그 간절함은 욕망과는 다른 것이었다. 산 자의 눈빛에는 자아가 깔린 욕망이 있다. 죽은 자는 다만 염원하고 소망한다. 간절히 무언가를 바라지만 그건 욕망이 아니라 다만 그리움이다. 125p

 

나이가 마흔이 되면 버릇이 옹이처럼 삶에 박힌다. 무심코 반복되는 그것들 속에 욕망도, 상처도, 사는 방식도 다 들어 있다.

생계문제로 벌이는 게 아닌 한 도둑질도 연쇄살인도 결국엔 버릇이다. 그러니 삶을 바꾸려면 버릇을 바꾸어야 하는데, 버릇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 먼저 바꿀 수가 없다. 나이 사십을 넘긴 사람에게 버릇을 바꾸라고 할 때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61p

  형님이 지금 죽으면 안 될 이유 하나만 말해보세요.

󰡒나는 우연을 안 믿거든요. 안 믿는 게 아니라 다 필연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어떤 일도 필요해서 생긴다는 거지요. 당연히,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저마다 세상에 기여하는 자기 역할이 있어요. 그럼 나는 어디에 필요한 존재였을까....... 그걸 알고 싶어요. 나는 왜 태어났느냐 이거지요.󰡓130p

 

한 번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으면 자기에게 그 일이 돌아온다.

  울면서 걸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생의 어느 한 부분을 안다는 것으로 서로 얼굴 한 번 안 본 사이끼리 위안과 격려를 주고받습니다. 그런 소설이 되기를 바랐고, 그것이 교감되었다는 것이 기쁘고 고맙습니다. (표지 안쪽 작가의 말) 

때로, 인생 전체가 아니라 삶의 어느 한 국면, 무엇을 견디거나, 넘어서거나, 혼자 걸어가는 어느 장면이 한순간에 전폭적으로 이해될 때가 있다. 그 사람 영혼의 한 자락이 들여다보인다고나 할까. 

 인생에 대한 수동적인 태도나 구차한 허영, 아내를 실망하게 한 다른 큰일은 말할 것 없지만, 순간적으로 목이 메게 하는 기억은 이처럼 작은 일이다.(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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