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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글은 한 글자씩 씁니다. 제아무리 빠른 사람도 글자 열 개를
한꺼번에 뿌릴 수 없습니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써야 단어가 만들어지고 이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됩니다. (58p.)
국내에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젊은 작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영하님.
저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였다. 사실 나는
그의 전작들을 많이 읽은 편도 아니었고 고작해야 소설 두 편정도.
<퀴즈쇼>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딱 두 작품만이 내가 경험한 그의 세계다.
그러다 어느 누구의 말을 듣고 관심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는데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이 좋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두루뭉술하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닌 날카로운 그만의 문체로
현상을 뚫어본다는 평을 듣고 나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 3부작 시리즈중의 하나인
<말하다>가 출간 되자, 나는 문득 집에 내 책장에 꽂혀있는 <보다>가 생각났다.
산지 한참 됐지만 아직 책의 초입밖에 읽지 못하고 다른 책에
밀려있는 그 책.
같은 현상도 다른 시각에서 볼 줄 알아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그
신선한 느낌을 이번 신작에서도 기대했다.
<말하다>는 김영하 작가의 그동안의 인터뷰나
대담, 강연을 글로 모아놓은 책이다.
사실 도서전에 가면서 여러 작가들의 강연을 듣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기회가 없던 나로서는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다.
가서 실제로 그의 말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글로써 한 번 더
정제되어진 그의 생각들을 알 수 있었으니까.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21p.)
책은 수많은 질문들과 거기에 응하는 작가의 수많은 대답들
그리고 강연했던 내용을 글로 옮겨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생각들이 들어있어서 그의 문학에 대한 세계관
등을 엿볼 수 있었고 이 뿐만 아니라 지금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또박또박
말 잘하는 젊은 교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냉철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어 찾아가게 되는
선배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만큼 어쭙잖은
위로랍시고 해주는 입에 발린, 듣기에만 좋은 말이 아니라 그런 것은 다 제하고 그냥 그의 생각대로 뱉어내는
말이라 더 현실감 있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몇몇의 문장들은 마음속에 여러 번 곱씹어 보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봄이 돌아오는 지금 이 시점에
읽은 것이 참, 좋았다.
그의 말대로 다시 봄꽃들의 계절이 돌아왔고,
진부한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눈부신 존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작가의 대답들로 가득한 책이지만 본질은
질문이라는 것을 염두 하라 했던 것처럼 책을 다 읽고 나는 다시 질문들을 되짚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책장에만 꽂아뒀던 그의 산문집
<보다>도 이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읽고 싶어졌다.
Q. 최고의 소설이란?
A. 다 읽었는데 밑줄을 친 데가 하나도 없고, 그럼에도
사랑하게 되는 소설. 읽으면서 한
번도 멈춰 서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걸린 데가 없었다는 거죠. 그런데도 왠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남에게 요약하거나 발췌하여 전달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런
소설이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9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