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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ft 1848-2000 - 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
제프 일리 지음, 유강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민주적 목표는 지배적인 사회집단들의 저항에 맞서서 추구될 수 있을 뿐이다-
이.. 이 책을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책을 구입한지 어언 6개월..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너무나 두꺼운 분량때문에 뒤로 미루었었는데
날 잡고 3일에 걸쳐 드디어 다 읽었네요ㅠㅠㅠㅠ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유럽 좌파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이 책을 읽으니
어느정도 좌파에 대한 개념의 정립이라고 할까요. 머릿속에서 헝클어진 채로 존재하던 사실들이
차곡차곡 순서대로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구요.
사실 책 분량에 겁을 먹게 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예요.
많은 분량이니만큼 여러 용어들이나 개념들도 차근차근 되짚어주기도 하고요.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마주치게되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이나마르크스-레닌주의 같은 용어들도 완벽히는 아니지만
기본 개념을 조곤조곤 설명해주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책은 1848년 프랑스혁명에서부터 2000년까지의 유럽 좌파의 역사를 되짚어주고 있습니다.
바쿠닌의 무정부주의나 생디칼리즘, 볼셰비키 혁명, 헝가리 혁명, 프라하의 봄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 외에도 상대적으로 생소하지만 유럽좌파의 역사에
커다란 분수령이 되었던 이탈리아 중심의 유로코뮤니즘이나 폴란드의 연대노동조합,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사항들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야말로 유럽 좌파의 총체적인 역사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필자의 성격이 상당히 중립적이라는 점이예요.
제목만 볼 땐 편향된 시각으로 글을 썼을 것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지만,
오히려 그 점을 의식해서인지 덤덤하게 사실만을 기술하는 쪽으로
책의 방향을 잡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은 세계 역사상 최초로 아나키즘의 완벽한 구현이 이루어진
스페인혁명에 관한 분량이 전무할 정도로 적었다는 점과, 앞서 언급했다시피
중립적 시각에서 내용을 서술하다 보니 아나키즘에 관한 시각이
테러리즘과 같은 폭력적, 급진주의적 이미지로만 설명이 되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어요.
또한 프랑스와 독일이 좌파의 역사에 중요한 나라들이긴 하지만
유독 두 나라에 치중된 내용이 월등히 많아서 읽기가 지치는 감이 없잖아 있었고,
이들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쿠바혁명, 유고슬라비아의 티토에 관한 분량,
베네수엘라의 신 사회주의 개혁과 같은 내용들은 미비한 편이여서 참 아쉬웠어요..
뭐.. 이런 부분은 '유럽좌파'에 한정한 책의 내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ㅠㅠ
어쨌건 그럼에도 이 책은 유럽 좌파를 연구할 때 바이블이 될 것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정도 깊으로 이렇게 심도있기 이토록 방대한 양으로
좌파를 기술한 책이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기름기를 뺀 담백하고 사실 중심적인 필자의 시각은
시간이 지나도 '구식'으로 몰리지 않을 부분이기 때문이죠.
엄청난 책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
신자유주의에 의한 초국적 자본주의가 유지되든
세상을 바꿀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탄생하든 시간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을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좌파가 없었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민주주의의 혜택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아닐까요.
-수많은 결함과 배제가 지속되는 현재 속에서도 우리는 완전히 민주화된 유럽이라는
결실을 상상하면서 20세기 좌파가 추구했던 미래의 일부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