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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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헌법에 관한 에세이인 동시에 나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구성을 편의상 나누자면 1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관한 이야기,
2부는 유시민이 지금까지 한 국정 활동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민의 인권유린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표적수사에 따른 정치계와 언론계, 사법부의 살인행위에
많은 이들이 흘린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이 시점에서,
유시민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헌법'을 주목합니다.

조국 해방은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영국과 미국 등 서양 선진국들이 피를 흘리며 쟁취했던 참정권과 자유 역시
단지 미국의 수호 아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린 얼떨결에 얻어버립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헌법은 미처 채 값을 모두 치루기 전에
우리에게 쥐어진,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라고 말하며,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우리는 민주공화국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후불제 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이죠.

스스로 자신을 '정치적 망명' 상태라고 표현한 유시민은
2009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부정적이고 위험한 시각으로 보고 있지만,
결코 절망적이며 예측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민주공화국의, 대한민국 헌법의 태생적 비극은
이 상황을 후불제 대한민국의 '필연적이고 정상적인 현상'임을 증명해주고,
4.19혁명, 서울의 봄 - 광주항쟁에 이은 6월 혁명,
그리고 2008년 6월의 촛불은 이같은 작금의 사태를 절망이 아닌
비싼 대가를 치루는 '과정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참 재미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서 '헌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일단 헌법 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먼저 생각나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사람들이 많을텐데요.

이 책은 헌법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헌법이란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민주공화국에서 헌법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워낙에 작가가 글빨이 좀 되시는 분이니까요..^^;;)

막연히 거리감이 느껴지던 헌법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 준 부분 외에도
이 책이 흥미로웠던 점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이야기를
비로소 이제는(!) 정치인의 입장이 아닌, 지난 추억을
아련한 기억으로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은 거의 최초의 책이라는 것이죠.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국민연금 부분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그리고..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어났던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분을 추억하며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류의 책에서 결론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던 150년 전의 유령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니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책이 선진국의 하나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현재, 그 유령은 이제 완연한 '실체'가 되어
우리를 유혹해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돈'에 잠식된 우리에게 그 유령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150년 전의 그때와 같이 '단결'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이 책 하나로 우린 거리에 뛰어 들 수는 없습니다.
책 한 권이 핍박받는 계급을 선동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다만, 우리가 촛불을 들 수 있고, 당당하게 '배운사람'으로
그들 앞에 서서 민주공화국과 법치국가를 외치기 위해서 이 책은
우리의 사상적 원동력과 구심점이 될 가능성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2009년 그들이 바라보는 불온서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민주주의는 개개인이 스스로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꼭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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