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고진하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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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이 책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했으나, 불편을 통해 행복을 얻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느린 삶에서 여유를 찾으며 이웃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자연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시골 생활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잡초를 뜯어 먹으면서 잡초처럼 낮아진 겸허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말처럼 겸허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제법 행복함을 전해 주고 있는 책이라 하고 싶다. 저자와 아내의 소소한 이야기들도 감동적이고, 잡초와 같이 낮은 인생 가운데 등장하는 주변인의 겸허한 이야기도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책에 소개된, 저자가 만남의 신비에 대해 곱씹어 볼 만큼 뜻밖의 인연이라는 한 사람은 싱싱한 야성을 느끼게 하는 사내이다. 곰살궂을 정도로 청소년을 사랑한다는 그는 컴퓨터 공간에서 얻는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체하는, ‘빌려온 지식으로 떠들어 대는 사람을 싫어한다. 육체노동을 좋아하고, 땀 흘려 몸으로 터득하는 배움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인연이 틈날 때마다 찾아 와 땀 흘리기를 자청하면서 낡은 한옥을 수리할 때나, 아궁이를 만들 때나, 흙과 돌로 담을 쌓을 때나, 겨울 땔감을 마련할 때나 일벗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일삯 한 푼 없는 힘든 일을 놀이 하듯 돕는 사람을 소개하는 부분을 보면서 모두의 삶에 대해 여유가 책 밖으로 전해지는 것만 같아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저자의 평가가 인상 깊었다. 어머니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 조르바를 닮은, 대책 없는 이 사내는 내면에 작은 아이가 살아 있어 경이로운 세계에 들어갈 수 있고, 물질의 세계를 넘어선 형이상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사내라는 것이다. 주판알을 튕기며 자기 이익을 챙기고, 합리적 이성의 노예가 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시절,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인연을 거두는 냉혹한 이 시절에 진정한 벗이 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저자의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러한 이를 벗으로 삼고 있는 저자의 내면 역시 알 만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잡초와 같은 낮은 인생이라 하지만 세상의 누구보다 높은 세계에서 생활하는, 제법 행복한 이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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