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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평점 :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는데 못일어나네. 병원에 갔으니 조만간 낫겠지." 친정엄마와 동갑인 그녀는 안부를 묻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몇 개월 뒤 2019년 어느 날, 그녀의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엄마, 애들 신경 그만 쓰고, 나랑 있자. ...엄마, 미안하고 고마워. 다음에 태어나도 엄마 아들로 태어날거야."
그녀는 곁에 없는 아들이 했던 말을 되뇌이다 이내 눈물을 쏟았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는 루게릭을 앓았다.
피터 스콧-모건의 이야기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었다. 인간, 사랑, 운명, 과학기술, 인공지능, 의지와 투지, 인류애...
피터는 2017년 루게릭을 판정받고 2019년 죽음을 맞았으나, 그는 과거의 흔적로서가 아니라 현재에도 존재한다.(https://www.scottmorganfoundation.org/)
그는 보장되어 있던 삶을 버리고, 기존의 질서에 수없이 의문을 던지며 그 견고한 규칙을 깨버리는 선택을 거듭한다. 그의 용기와 도전은 기울어진 세상을 향한 투사의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그의 삶을 따라갔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너무 극단적인거 아닌가? 자칫 생명유지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시도하고 해내는 것, 그는 자신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모든 기쁨과 아픔, 좌절과 시도를 함께 한 프랜시스는 피터 스콧-모건만큼 위대하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엄청난 인내와 고뇌, 배려와 격려 그리고 한없는 슬픔과 진실한 사랑의 서사는 이 작품이 진하게 남기는 또다른 여운이다. 피터의 죽음 뒤에 남은 프랜시스는 아직도 그의 사명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보통의 인간 피터 1.0, 점점 잃어버리는 육체적 능력(불치병)을 과학기술로 대체한 피터 2.0, 둘 중 무엇 또는 어디까지가 진짜 인간이라고 혹은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은, 우리는 이미 그 어딘가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2040년 그가 바라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피터는 예리한 예언자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것을 모두 내어 스스로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그가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기도한다.
*** 위 도서는 김영사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