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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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에게 나무는 친구이며 안식처였고 자연의 섭리와 삶의 순리를 일깨워주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나무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결국 나무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나무의 그늘처럼 삶에 쉼을, 때로는 열매를 먹듯 마음과 생각의 허기짐을 채워주고, 꽃과 잎사귀를 보며 미소짓듯 아름다움과 위안을 준다.

따뜻한 봄에서 무더워지기 시작한 초여름,
연두색의 여리던 새싹이 어느새 짙은 초록의 무성한 잎으로 바뀌는 요즘이 #헤르만헤세의나무들 을 마주하기에 딱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공들인 표지를 쓰다듬었고, 크기나 무게도 부담이 없어 가는 곳마다 가방에 넣어 다녔다.
게다가 책 속에 담긴 글과 시는 짧았지만 사색이 가득 묻어났고, 헤세의 인생철학을 엿보는 것 같아 읽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삽화 또한 꼭 눈을 멈추고 시간을 들여보아야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헤세가 바라보고 있을 듯한 나무를 옮겨놓은 듯하다. 정말 아름다웠다.

'글쓰기'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헤세는 안팎으로 수 많은 시련을 겪었다. 나무가 오랜 시간의 우여곡절을 조용히 나이테에 새기듯, 그는 삶의 고단함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작은 책에 세상과 인생을 담아 조용히 우리에게 건냈다. 어쩐지 그의 작품은 나무를 바라보고 감탄하듯 시간이 조용히 천천히 흐른다.

p.7
나무는 언제나 내 마음을 파고드는 최고의 설교자다. 그들은 고독한 사람들 같다.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킨 위대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잃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오로지 한가지만을 추구한다. 자기 안에 깃든 본연의 법칙을 실현하는 일, 즉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만 힘쓴다. 강하고 아름다운 나무보다 더 거룩하고 모범이 되는 것은 없다.

p.28

꽃피어난 나뭇가지

꽃피어난 나뭇가지, 바람에
이리저리 언제나 애쓴다.
밝은 날과 어두운 날 사이에서
의지와 체념 사이에서
내 마음 아이처럼
위로 아래로 언제나 애쓴다.

꽃들이 바람에 흩어지고
나뭇가지에 열매들 매달리기까지,
어린 시절에 지친 마음이
저의 평온을 얻고서
고백하기까지: 쉬지 않고 흔들리는 삶의 놀이는
즐거움에 넘쳐, 헛된 일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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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도깨비가 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8
와타나베 유이치 지음, 우민정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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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바보! 바보!! 바아보!!!

펑 펑펑 퍼벙펑펑펑!!!

영혼을 담아 주인공에 빙의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불꽃놀이의 추억을 소환해 느낌 가득 넣어 목소리로 불꽃을 터트렸다.
전날 종일 밖에서 논 탓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던 두 녀석이 산발머리를 해서는 깔깔댄다.
시간이 좀 촉박하지만 기분좋게 잠에서 깨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굿모닝 그림책이 오늘도 성공이다.

마스크가 필요없던 시절에도 엄마들은 챙겨야할 것이 많았고, 아이들은 충분한 잔소리를 들었는데...길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지금은 말할 필요도 없이 모두 과부하다. 어른들이 알코올, 커피, 온라인 쇼핑 등 나름의 방법으로 스트레스 일부를 해소해도 힘든판에, 아이들은 어떨까?

#불만도깨비가펑 에서 꿀꾸리는 친구들과 항구로 불꽃축제를 보러가자고 약속을 하지만, 엄마아빠의 선약으로 갈 수 없는 상황.
혼자 버스를 타고 가겠다지만 허락을 받지 못하자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고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서운함과 꾹꾹 삼켰던 불만이 분수처럼 솟구쳐 나온다.
바로 빨간 불만도깨비가 펑! 하고 폭발하는 순간이다. 잠시 후 불꽃축제를 고대하던 하나와 돈돈이의 불만도깨비도 하늘로 솟아오른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만의 속시원한 불꽃놀이!!

잔뜩 심통난 표정을 한 등장인물들의 머리 위로 얼굴과 똑닮은 불꽃이 하늘로 올라가 반짝반짝 수를 놓자, 많은 아이들이 넋을 놓고 바라보며 환호한다.
진이 빠지도록 불만 불꽃을 뿜어낸 셋이 나타나자 어린 관중들은 연신 고마워한다. (대리만족의 고마움일테지?^^ ) 그리고 너무나 착하고 예의바른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다.(남김없이 텅텅 비운 자의 모습같다.^^)

대체로 엄마의 말을 잘듣는 아이들이 고맙고 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마와 다른 생각', 표현하지 못하는 '불평과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지 궁금하다. 마음에 담아두다 쌓여서 고인물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림책처럼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이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해소를 할 수 있다면 참 다행일 듯 싶다.
언젠가 아이들이 꿀꾸리, 하나, 돈돈이처럼 "엄마 바아보!!!!!" 라고 울분을 쏟아내면, 이 책을 펼쳐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지금, 복잡한 마음을 비우는 중이구나' 라고...^^

*위 책은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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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세피데 새리히 지음, 율리 푈크 그림, 남은주 옮김 / 북뱅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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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란에서 태어나 2012년부터 독일에서 생활하는 세피데 새리히는 경험담을 글에 녹여냈다.
자신이 구축한 그림세계로 2017 오스트리아 청소년아동문학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율리푈크 역시 추억을 되짚어 화폭을 채웠다.
이렇게 그녀들의 의미있는 작품이 탄생했고,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부문 대상, 2019 오스트리아 아동청소년문학상 을 수상하였다.

제목을 보고 그림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어가며 읽었다. 과연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것,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여느 아이들처럼 호기심이 많은 듯 주인공의 방에는 다양한 물건이 꽤나 많다.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가야한단다. 비행기 화물규정에 따라 세간살이를 줄이자니 주인공에겐 작은 가방 하나만큼의 짐만 가져갈 수 있다.
어항, 인형, 의자, 친구,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까지 소중한게 너무 많아 가방에 다 담을 수가 없어 속상한 마음에 이사를 가지 않겠다는 주인공.

그렇다. 이사는 단순히 공간과 물건만 이동을 하는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을 단절하는 것이다.
가까운 곳으로만 이사를 하다 결혼 후 지인 하나 없는 대전에 와서 한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던지...
그림책 속 주인공을 보니 왜 아이들에게 이사로 인한 환경변화를 가능한 작게 해주는 것이 좋다는지 깊이 이해가 된다.

좋아하는 바다도 넣어갈 수 없어 한참 물멍을 하던 아이는 스스로 깨닫는다. 소중한 것은 마음에 추억으로 담으면 결코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어떤 방법으로 좋아하던 것을 추억했을까요?^^)
이사간 집이 바다에서 멀지만 주인공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가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달랜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고들 한다. 성인에 비해 아직 사고방식이 단순하고 생활반경이 좁아 그렇다고 하기엔 그들의 삶과 능력을 너무 무시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잘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수긍과 포기, 나름의 이해와 깨달음을 체득하여 어른보다 빨리 새로운 환경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 책은 북뱅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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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휠체어 밀어 주세요 장애공감 어린이 13
구드룬 멥스 지음, 카타리나 웨스트팔 그림, 유혜자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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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에 잘 어울리는 어린이동화를 만났다.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어린이책 작가 중 한명인 구드룬 멥스의 작품인 이 책은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여자아이가 정기적으로 만나던 아빠와 떠난 여행 도중 숲에서 길을 잃고 좌충우돌하면서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이야기다.

작가가 설정한 환경과 캐릭터가 일반적이지 않지만 평범하면서도 섬세하고, 주인공과 아빠가 겪는 사건들이 뻔하다 싶으면서도 누구나 겪는 일이 아니라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는듯한 이야기가 착각이라는 것을 책장을 덮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아빠같지도 어른답지도 않은 행동을 하는 아빠와 반대로 나이보다 깊은 생각과 상대를 배려하는 아이, 상반된 두 캐릭터가 사건을 끌고 나가니 어처구니없는 한숨이 나온다. 그러다 사소한 갈등이 해결될 때마다 안심하는 엄마미소를 짓게된다.

사실, 예상밖의 상황에 여유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감정기복을 널뛰듯 타는 아빠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건 내 모습이었다. 엄마가 되었지만 아직도 때때로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하는 어리숙하고 철없는 모습.

그에 반해 주인공은 어린 나이임에도 눈 앞에 닥친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상대의 마음과 감정을 배려한다.
혹시, 두 딸도 때로는 이런 마음으로 나를 대할 때가 있지 않을까? 나는 얼마나 자주 철딱서니 없는 모습을 보였을까?

주인공 마야의 아빠가 아이를 통해 어른스러운 아빠로 변했듯 다행히 나도 두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속도가 일정치 않을 뿐;;)

어린이 동화, 아동문학을 접할수록 성인문학과는 또 다른 깊이와 감동, 배움과 깨달음을 느낀다. 어른 안에 숨어있는 순수한 영혼, 잠들어 있는 어린이를 흔들어 깨우는 느낌...더 많은 어른들의 여린 영혼이 종종 흔들렸으면 좋겠다. 

* 한 부모 가정이 된 사연, 엄마와 딸의 관계, 딸과 아빠의 관계 그리고 보통 아이들과 조금은 다른 주인공은 서평에 언급하지 않았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빠질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에 포인트를 맞춰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부모와 자식 사이, 결국 사람의 관계란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까.

*위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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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의 꼬리 VivaVivo (비바비보) 44
하유지 지음 / 뜨인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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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다양한 부분에 의문과 함께 많은 것들이 불만스럽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부모보다는 친구와 고민을 나누고, 성별이 다른 동생보다는 동성의 친척언니에게 감정을 토로했다.

때로는 등하굣길 친구와의 수다가 유일하게 숨통을 트여주는 시간이었고, 주고받는 우정일기 속에 위로와 응원을 얻었다. 그러다 문뜩 친구 역시 타인일 뿐,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혼자 고독하고 싶었으나 외롭기 싫어 이도저도 아니게 무리에 섞이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만약, 그 때 조금 더 솔직하고 용기가 있었더라면 다른 방식으로 나를 구원하거나, 비슷한 고민 속에서도 누군가와 서로의 어깨를 나누며 지치지 않고 걸었을지 모른다.

나와 타인, 나와 사회 속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청소년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이야기. 7편의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면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질 것 같다.

- 나도 모르게 그만 中
p.34
뭐든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살아 있다는 건 좋은 일 같아. 엄청 행운이잖아.

- 부끄러운 부분 中
p.58
난 어디 가서든 네 이름을 말하지 않을거야. 루카가 끝끝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친구. 그 사람은 루카의 돈을 훔쳤다. 나는 무엇을 훔쳤지?

- 괜찮아질 예정이야 中
p.72
마음은 크기나 깊이를 잴 수가 없대요. 그러니까 나한테 소중한 걸 다른 사람한테 소중한 거랑 비교할 필요도 없대요.

p.75
다, 잊고 싶어? 괜찮아지고 싶어?
괜찮아지고 싶지만 잊고 싶진 않아요.

- 독고의 꼬리 中
p.107
제 주인이 죽어가든 말든, 발작하든 말든 갓 딴 꿀처럼 생명력이 뚝뚝 떨어지는 꼬리, 성공의 역사라면 조그만 조각 하나도 잊거나 잃지 않은 꼬리. 진해나가 죽는다해도 꼬리는 살아 남을 것이다.

나는 꼬리가 필요했다. 꼬리를 원했다. 내 이름을.

- 열아홉, 한 여름의 보물 中
p.139
돌멩이릉 다듬으니까 보석이 되잖아. 돌멩이도 그런데 사람은 어떻겠어? 살이랑 뼈가 있고 피가 흐르는데, 나중에 가서는 얼마나 반짝반짝 환할까.

- 수지분식 中
p.159
느린 건 강하니까. 그건 속도가 아니라 깊이거든

- 내 인생의 실패담 中
p.190
어떤 대상을 보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런 자신도 남에게는 보이는 대상이 된다.
"날 보이는 대로 보지는 말아줘. 네 눈으로 똑바로 봐 줘."

*위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뜨인돌출판사의 vivavivo는 깨어있는 삶, 늘 깨어서 빛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청소년 문학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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