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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계절
최승훈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11월
평점 :
나의 그녀는
"바쁘지?"
매번 전화할 때마다 걱정을 한다.
'피곤한 네 얼굴이 생각나 미안하구나.'
모처럼 오셔서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하신 것도 아니고, 두 아이들 요청에 며칠 고단한 시간을 보셨을텐데...댁으로 돌아가시는 길에는 아쉬움과 걱정이 한가득이다.
중고등 학창시절에는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 버스로 통학을 하느라 마주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대학시절에는 친구, 용돈벌이와 어학연수로 빠르게 멀어지는 나를 틈틈이 바라봤을테다. 집에 머무를 여유가 생길 무렵, 나는 사회인이 되어 타국에서 다른 시간을 살았다. 내가 결혼을 할 즈음, 동생도 타지에서 삶을 시작하며 집은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도 쉬는 날이란 없다. 오히려 계절의 변화는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지기에 일상의 바쁨을 부채질한다.
"내가 이걸 몇 년이나 더 하겠니, 할 수 있으니까 하는거지. 잔소리 하지마라."
손이 많이 가는 재료를 다듬어 음식 만들기, 화초 가꾸기와 텃밭 농사를 줄이시라 하면 마치 삶의 유일한 즐거움을 뺏어가는 것처럼 서운해한다.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허전함과 아쉬움을 달래는 손길이 매일 닿는 화초는 어쩐지 생명수를 마시듯 푸르다.
휴대폰 건너 들려오는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에서 기쁘거나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속상하거나 서러운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딸기를 생각하면 마술처럼 냉장고에 들어있었고, 콩물이 먹고싶으면 시원하고 고소한 콩물이 국그릇에 담겨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법처럼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이, 뿌연 서운함과 아쉬움이 베어있지만 절대 짙은 서러움과 야속함은 주고싶지 않은 사람, 손가락이 마디마디 아파도 한 끼는 반찬걱정을 덜어주려고 나물을 무치는 마음, 그걸 받아 맨밥에 산해진미인양 허겁지겁 배와 마음을 채우는 나.
#최승훈 작가의 #엄마의계절 에서 '엄마'의 모습을 본다. 낡은 요리도구, 흔한 옷차림, 심심한듯 지루한 보통의 일상, 보고싶고 그리운 마음, 애써 감추는 고된 노동이 너무 평범해서 마음 한켠이 아렸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님,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닦는 아주머니,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중년과 노년의 여성들...대부분이 그렇게 사랑하고 이렇게 표현하며 살고계시지 않는지. 작가의 어머님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도, 당신의 어머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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