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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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서열의 신.
신들이 비웃는 인간의 목소리를 내는 님프.
동족들에게 따돌림을, 태양신 아버지에게 버림을, 사랑하는 남자 인간을 신으로 만들지만 사촌에게 빼앗기는 여성.
가진 것이라고는 침묵 속 인내, 자신도 몰랐던 마법, 복수, 영원히 유배된 섬.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주목을 받는 신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힘을 상징하는 남성이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여성은 보통 조연급으로 등장하거나, 주연이어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키르케 는 # #오뒷세이아 에서 #오디세우스의 장애물로 잠깐 등장하는 #단역 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강력한 서사를 부여하다니 ... #매들린밀러 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 거침없는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초반에 습하고 추적추적한 지하동굴에 갇힌 키르케에게 동정을 느꼈고,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던 찰나 마주한 사건에 분노했다. 신들에게 괄시받던 그녀의 목소리로 인간과 대화하며 스스로의 힘과 존재가치를 찾는 험난한 인생 여정을 눈으로 쫓느라 페이지는를 멈추지 못하고 넘겼다. 그녀의 고통에 연민과 안타까움이 교차했고, 쉼표같이 찾아오는 평온한 순간과 막다른 골목에서도 굽히지 않는 의지에 소리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성장소설, 그렇다. 신들의 세계에서 사라진다한들 누구 하나 아쉬워하지 않았던 하등한 존재가 결국 자신의 자리를 감히 넘볼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완벽하기에 그 이상이 될 수 없는 신들, 그러나 키르케는 프로메테우스의 말처럼 결코 신들과 같지않은 신이 되었다. 버림과 고통, 배신과 농락, 분노와 저주, 신뢰와 사랑, 도전과 깨달음. 키르케는 형용하기 힘든 굴곡진 삶을 영겁의 세월동안 반복했다. 그녀는 마법이라는 무기를 인간들이 하듯 반복하며 날카롭게 벼렸다. 신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로 당당히 선 마녀, 그러나 키르케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지나온 삶과 사랑을 추억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닌 생생한 현재를 살다 소멸되는 것이 마녀 키르케의 소망이었다.

인간은 완전한 영원불멸의 존재 신을 선망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신들에게 위협적이었던 존재는 인간(의 행동, 삶)을 닮았고, 유한한 삶을 선택했다. 내가 모르는, 끝이 정해진 나의 삶 중 이 책을 읽으며 며칠을 보내며 즐거웠으니 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일리아스의 배경지식을 쌓는 책을 접한 뒤에 읽은 책이라 더욱 반갑고 흥미로웠다. 인연처럼 책모임에서 #오뒷세이아 소모임을 한다니 냉큼 책을 준비해본다. #아킬레우스의노래 까지 만난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그리스로마신화에 빠져들 것 같다. 그렇다면 운명인걸로...

*** 위 도서는 이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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