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방 위고의 그림책
그로 달레 지음, 스베인 뉘후스 그림, 신동규 옮김 / 위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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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은 비밀로 하면 안돼. 그런 비밀은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커.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 얼마나 단단한 태도의 든든한 말인가. 어떤 실수를 하고, 무슨 일을 마주하건 도와달라 손을 내밀 수 있는 존재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반짝반짝 빛나는, 엄마가 아끼는 금덩이, 아빠의 금빛 보물, 금이. 그리고 원숭이가 되고, 고양이와 코끼리가 되어 놀아주던 오빠.
어느 날, 오빠는 문어가 되어버린다. 커튼을 쳐서 창문을 가리고, 문을 잠궈버렸다. 차갑고 축축한 빨판이 달린 다리로 무엇이든 붙잡는 문어가 되어 금이의 빛을 꺼뜨렸다.

그날 이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돌멩이는 혼란스럽다. 혹시... 내탓일까?

돌멩이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엄마는 날카롭고 단단한 부리에 튼튼하고 강한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되어 문어에게 날아간다. 개가 강아지를 돌보고, 소가 송아지를 돌보듯, 아이들을 돌봐주고 해결하는 어른들의 도움으로 돌멩이는 금이로 돌아온다.

활짝 열린 창문가에서 원숭이가 생각나는 금이에게 엄마는 말한다.
"보고 싶어 해도 괜찮아. 그리고 네 몸이 싫다고 말하지 않았어도 괜찮아."
금이는 느리지만 천천히 가족 안에서 빛을 되찾는다.

모두가 비밀로 하고 묵인하는 사이, 돌멩이가 된 수많은 금이는 빛을 되찾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 #문어의방 은 매우 문학적이지만 너무나 솔직하게 독자와 눈을 맞추는 이야기이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삶이 장밋빛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일을 직시해야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닿기를 희망한다.

저자 #그로달레 의 글이 주는 무거움을 작가 #스베인뉘후스 이 예리하고 날카롭게 그려냈다. 금이의 공간과 문어 영역이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색과 차갑고 창백한 바다가 연상되는 푸른색으로 대비된다. 원숭이와 코끼리, 고양이와 바다동물이 오빠의 감정과 행동를 대신한다. 금이가 빛을 되찾기 위해 필요했던 엄마와 어른들의 도움, 밝은 빛과 안전하고 개방된 공간이 곳곳에 배치되어 희망이 느껴진다. 첫인상이 과하다 싶을만큼 길쭉하고 매서운 느낌이었지만 반복해서 볼수록 절묘하고 풍부한 표현에 감탄했다.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깨닫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서 서둘러 빼앗지 말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손을 내밀 수 있는 믿음과 안전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용감하고 솔직하게 들려준 작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역시, 그림책이니까 가능한 일.

*** 위 도서는 위고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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