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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만드는 말의 정원 ㅣ 상상문고 13
김주현 지음, 모예진 그림 / 노란상상 / 2021년 11월
평점 :
미안해, 고마워, 이건 어때, 정말 좋은 생각이야, 저게 더 좋은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저게 더 잘 어울리네, 우리가 같이 해보자,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예뻐.
대화하는 두 딸의 기분과 마음까지 상상할 수 있는 말들이다. 즐거움과 배려, 인정과 존중, 마주보고 앉아있는 둘에게서 퍼져나온 행복으로 온 집안에 가득찬다.
안돼, 싫다니까, 맨날 자기 생각만해, 그러면 내가 혼내줄거야, 왜 나한테만 그래.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졸리거나 배고플 때,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두 아이는 티격태격하다 결국 다툰다. 서로를 탓하고 모진 말을 내뱉는다. 집안에 먹구름이 끼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제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훌륭한 조건에서 학습을 한다한들 매일 마주하는 어른의 영향 보다 클 수 있을까?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견고하다. 아이들은 곁에 있는 어른을 따라한다.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지난 나의 모습을 비춘다. 무심코 뱉는 말들이 지금의 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향기를만드는말의정원 의 주인공은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외롭고 상처받은 마음을 거칠고 모진 말로 표현한다. 그 말에서는 아주 쾨쾨하고 축축한 구린내가 난다. 말 냄새 수집가를 만나 버림받은 꽃을 돌보며 자신의 아픔도 치유한다. 고달픈 삶에 지친 주인공의 할아버지 역시 죽은 아내가 좋아했던 꽃을 보살피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주인공은 자신의 악취로 만든 향수로 상대의 말투와 태도를 변화시켰다. 말 냄새로 향수를 만드는 아저씨에게 다시 향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주원료인 악취를 구할 수 없다. 게다가 더이상 그 향수는 필요없다. 주인공은 스스로가 이미 좋은 향기를 품었으니까.
#향기를만드는말의정원 은 내 안에 있다. 나의 생각, 감정, 기분, 마음, 태도, 가치관, 컨디션 등이 모두 내 입을 통해 세상에 뿌려진다. 그윽하고 편안하며 좋은 인상을 남기는 향기를 좋아한다. 나의 말들이 어떻게 하면 그런 향기를 품을 수 있을까. 오늘 두 아이의 말에서는 어떤 향기가 남는지...
*** 위 도서는 노랑상상 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