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살 무렵 아이는 소위 그 당시 유행(?) 하던 '책의 바다'에 빠져 있었고
원하는 만큼 읽어준다고 읽어줬지만 읽다가 잠이 들면 책을 외치며 잠에서 깼고
육아의 피곤에 절어있던 저는 집에 있는 책을 모두 내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책으로 한글 떼겠네."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저는 또 그 당시 유행이었던 통문자로 그림처럼 한글을 떼어주겠다고 나름 준비를 했더랬죠.
하루빨리 읽기를 독립시켜 자유를 얻고자 하는 저의 바램은 이루어졌을까요?
아이는 잠깐 재밌어했지만 금방 흥미를 잃었고 저는 '욕심을 들켰구나.' 싶었죠.
그래서 '한글 놀이 말고 재밌는 놀이가 얼마나 많은데...'라며 빨리 내려놓았어요.
스마트 맘이어서라기 보다 편하고자 하는 자기합리화에 더 가까웠지만요.
그저 아이와의 관계에 집중하며 옆에서 아이의 눈빛을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언제 무엇에 반짝이는지......
물론 놓친 적도 있었을 거고, 알고도 게으름 피운 적도 있었다고 솔직해져 봅니다.
그래도 내 욕심이 앞서 아이의 고유성에 상처가 날까 경계하는 마음은 한편에 안고 살려고요.
이 책은 그런 저에게 "지금까지 잘해왔어. 앞으로는 이렇게 해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인상 깊었던 구절도 많았고, 막연히 안고 있던 생각들에 뒷받침이 되어주는 수치와 연구결과들도 나와있어 반가웠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쓴 스콧 펙 박사는 "엄마란 아이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도 아이를 죽일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으로 시대가 원하지 않는 인재를 키워내면, 결국 엄마는 아이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본의 아니게 아이를 죽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