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한 친구가 있다. 나와 다르게 쇼핑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정치적 견해랄 게 딱히 없으며 자기 주관이나 철학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나는 속으로 업신여겼다. 그래서 그녀를 은근히 무시했다. 그러니 그녀에게 말을 함부로 내뱉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후회하여 그녀에게 사과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악을 만드는 좋지 못한 친구라 여기고 거리를 두려 하였다. 그런데 그녀가 악이라는 게 사실일까? 그 악은 누구에게서 온 것일까? 이번에 읽은 성녀 소화 데레사의 책을 읽으면서 단번에 그녀가 떠올랐다. “저는 진정한 자애는 제 이웃의 모든 결점을 참아 주는 것으로 이루어짐을 압니다. 그들의 결점에서 놀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은 장점에서 배우는 것입니다.(74쪽)”내가 말로는 주님! 주님! 하면서 자애를 실천하답시고 고상을 떠는데 과연 내가 그녀의 장점을 생각하고 그것을 내가 배우려고 해본 일이 있는가. 말문이 막힌다. 그녀를 향했던 내 미움과 업신여김이 뼈아프게 부끄럽다. 역시 나는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하고 슬퍼하며 책을 계속 읽어 나갈 때에 성녀 데레사는 또 다른 반전을 내게 주었다. “주님, 당신께서는 제 연약함을 알고 계십니다. 매일 아침, 저는 겸손해지길 다짐하다가도, 저녁때면 자주 교만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꼈던 것을 깨닫습니다. 이러한 결점을 보는 것은 저를 낙담하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 낙담조차도 다른 모습의 교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100쪽)“놀랍다. 낙담이라는 것이 나의 교만이라고 생각해 본 일이 없다. 내가 가진 완덕이라는 목표가 역시 나의 의지에 기대려 하는 내 자신의 것이라는 것. ‘주님께 맡긴다’는 표현을 수없이 들었지만 이런 낙담조차 맡긴다고 생각하는 성인의 차원은 정말 다르다. 놀랍고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