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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의 비오 신부
존 A. 슈그 엮음, 송열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2월
평점 :
지구마블 세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개인적으로 예전처럼 자유롭게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하고 있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거기에서는 ‘대리만족’이라는 기치를 내세운다. 여행 전문가들이 나를 대신해서 맛있는 세계 진미들을 맛보고 나를 대신해서 스릴있는 체험을 하고 나를 대신해서 현지인과 택시비 네고를 하여 승리한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어 보고 있던 시기에 ‘오상의 비오 신부’, 이 책도 같이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나를 대신하여 산 조반니 로톤도에 가는 것도 가능할까?
앞서 말한 것들은 내가 직접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입 안의 즐거움, 눈의 즐거움, 재미있는 경험 등은 영상을 통해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비오 성인이 살았던 곳에 가기 원한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 다른 감각의 추구다. 신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것은 특별한 정신적인 행위이며 ‘대리’한다는 단어를 사용하기 어렵다. 직접 기도하고 직접 그 자리에 가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오늘 절절히 깨닫는다. 이제 나에게는 여행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훗날 산 조반니 로톤도에 도착한 나는 오로지 한 가지의 목적, 비오 신부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그 장소에 있을 것이다.
"그분은 방 옆 테라스에 앉아서 묵주 기도를 하시곤 했지요. 묵주가 그분 손가락에 뿌리를 내리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항상 묵주를 들고 계셨습니다.(74쪽)"
"로마에서 나는 공의회 이후에 세운 바티칸의 새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조금 천박해 보였어요. 그들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고,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동물학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요. 그런데 이 세상은 더 나빠지고 있지 않습니까? 내 생각에 지금이 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비롯한 고난의 생활이라든가 기도 생활 같은 것들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오 신부님이 나를 이곳 산 조반니 로톤도에 데려다 놓으셨지요. 이것이 그 해답임을 깨달았습니다.(1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