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백만장자 삐삐 - 린드그렌 탄생 110주년 기념 개정판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리드 방 니만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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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는 3040 세대에게 많은 추억을 준 캐린터이다. 나 또한 어린시절 드라마를 보면서 삐삐에 대한 추억을 만들었다. 삐삐가 방영하는 시간은 절대 잊지 않고 모든 방송을 챙겨 볼 만큼 너무 재미있게 봤다. 빨간 머리에 옆으로 쭉 뻗은 따은 머리, 주근깨 가득한 얼굴, 짝짝이 롱스타킹과 커다란 신발..

당시 예쁜 것만 좋아하는 여자아이 였던 나에게 이런 패션테러 삐삐 캐릭터는 매우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힘은 슈퍼맨 처럼 엄청 쎄서 건강한 아저씨들을 양 팔로 들기도 하고, 말을 번쩍 들고,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삐삐의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삐삐와 친구인 토미와 아니카가 얼마나 부러웠던지~

삐삐같은 친구가 있다면 정말 세상 부러울게 없을 것 같았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는 워낙 인기있는 고전이어서 두 말이 필요없는 이야기 이다. 요즘에는 영어교육 용 DVD로도 인기가 많다. 나도 애니메이션과 영화 장르 모두 구입을 해서 아이에게 선물했다. 과연 아들녀석도 세대차이가 나는 나와 같은 공감을 할까? 영어로만 보여주었는데 녀석은 집중해서 보며 깔깔 웃기 까지 한다. 게가다 내가 웃는 부분에서 같이 웃고, 정의감을 불태우는 장면에서도 아들과 나는 똑같이 정의감에 불타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자는 삐삐의 팬이 되었다.

 

역시 훌륭한 고전의 힘은 강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세대차이 느끼는 아들과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부끄럽지만 삐삐를 책으로는 한 번도 안 만났다. 삐삐는 TV영화라고만 생각했지 책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었다. 그런데,2017년 '린드그렌 탄생 11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시공주니어 신간으로 나왔다고 하여 꼭 읽고 싶었다. 부모가 되고 나이가 드니 옛날 추억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삐삐는 추억의 시간을 돌려 줄 저격수 였다.

 

이 책은 초딩 아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책이다. 나와 초딩 아들이 삐삐 이야기를 하며 공감의 시간을 주었듯이, 녀석이 커서 아이를 낳으면 나 처럼 자신의 아이와 삐삐를 통해 공감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44년에 태어날 뻔 했다가 출판 거절 당해서 1945년에 태어난 삐삐 대대손손 이어 갈 장수(長壽)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삐삐의 탄생 배경도 매우 흥미롭다. 린드그렌의 일곱 살 딸 카린은 폐렴을 앓았다. 딸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 하는 물음에 그 자리에서 '삐삐 롱스타킹'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냈고, 린드그렌은 삐삐 롱스타킹이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바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삐삐는 첫 출간을 거절당한다. 자유분방한 삐삐의 행동이 당시 사회통념상 허용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듬해 이야기를 다듬어 첫 출판을 하게 되고 출판 되자마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책이 되었다고 한다.

좋은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게 되어 있는데, 삐삐야 말로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최고의 고전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1945년 초판본' 오리지널 그림으로 삐삐를 만난다. 초판본 그림의 작가는 잉리드 방 니만(1916~1959) 이다. 삐삐는 잉리드 방 니만을 만나서 생동감 넘치는 사랑스런 아이로 탄생한 것이다. 사랑스런 캐릭터를 만들어 준 잉리드 방 니만에게 린드그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책에 대해 마음이 맞는 화가를 찾을 정도로 운이 좋은 작가는 영원히 그 화가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그녀의 말 처럼 잉리드 방 니만의 삐삐가 있었기에 삐삐는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책으로 만난 삐삐는 영화로 만난 삐삐와 같은 스토리이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표현, 사건들에 대한 표현이 디테일하여 상상의 폭을 넓힌다. 영상으로 삐삐를 만나지 않은 아이라면 천방지축 자유로운 삐삐와 함께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놀고, 마음껏 재미있는 일탈도 하고, 마음껏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미 영상으로 만났다 해도 텍스트가 주는 맛이 다르기에 또 다른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삐삐는 뒤죽박죽 별장에 혼자 산다. 해적의 선장인 아빠는 금화가 가득 담긴 커다란 가방을 삐삐에게 주고 바람에 날려 바다로 사라졌다. 하지만, 삐삐는 씩씩하다. 아빠는 살아서 식인종의 왕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빠가 준 금화 덕분에 삐삐는 꼬마 백만장자 이다. 이 돈으로 장난감 가게와 사탕가게의 사탕을 싹쓸이 해서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회전목마 표를 금화 한 닢 값만큼 사서 실컷 타기도 한다. "난 요정 만큼 부자야."라고 큰소리 치는 삐삐 정말 멋지다.

 

삐삐는 엄청 쎈 귀여운 허풍쟁이 이다. 하지만 삐삐의 허풍을 듣고 있으면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같은 상상에 빠지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미국 애들은 1년 내내 도랑 속에서 지낸다던가, 마네킹 팔 한 쪽만 사서는 팔이 세 계 있으면 편하다고 세계 여행 중에 팔이 셋 달린 사람들만 사는 도시의 이야기를 하고, 탄산음료가 생기는 떡갈나무 이야기, 벼룩을 훈년시켜  경주고 시키고 다리에 리본도 묶어 준다는 등등 상상을 초월하는 삐삐의 허풍이야기는 듣고만 있어도 신이난다.

 

삐삐는 유머도 훌륭하다. "주근깨 때문에 고민이 많으십니까?" 라고 써있는 가게에 가서 "혹시 주근깨가 더 많아지는 약이 나오면, 저한테 일고 여덟 병 보내 주세요." 라고 말해서 빵 터졌다. 멋진 아가씨가 되라는 선생님의 말에는 "선생님, 멋진 아가씨는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안 되나요?" 라고 묻고는 "안 된다면, 해적이 되는 게 낫겠어요." 라고 해서 또 한 번 빵 터졌다.

 

삐삐는 괴짜다. 약국에 가서는 무조건 아플 때 먹는 약을 달라며 종류별로 한아름 사기도 한다. 토미와 아니카가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말에 삐삐는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자신에게 쓰고는 마침 집 앞에 있는 집배원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도 한다.

 

삐삐와 함께 하면 색다른 즐거움도 할 수 있다. ​삐삐와 함께 괴물의 숲으로 소풍을 간 아이들은 엄청 사나운 삐삐 괴물을 만나기도 한다.

 

삐삐는 마음도 따뜻하고, 정의롭다. 죽어 있는 새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말을 함부로 다루는 브럼스터룬드 씨를 공중으로 던져 겁을 주었다.삐삐는 상처 받은 말을 번쩍 들어 곳간으로 옮겨 주었고 브러스터룬드 씨는 말이 지던 많은 짐을 스스로 옮겨야 했다.

 

이 외에도 삐삐와 함께 하면 많은 흥미진진한 사건과 모험, 기상천외한 행동과 상상력 풍부한 거짓말을 만날 수 있다. 회전목마를 실컷 타보고, 뱀 목걸이도 해보고,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와의 한 판 대결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난파선을 타고 무인도에 도착해서 로빈슨 크루소 보다 더한 모험을 겪으며 풍부한 상상의 세계도 만나게 된다.

삐삐는 힘 세고 괴짜이지만, 불의를 안 참는 정의로움과 약자편에 서는 따뜻한 마음도 가진 멋진 아이이다.

 

시공주니어의 <꼬마 백만장자 삐삐>를 만난 아이들은 삐삐 처럼 즐거운 일탈과 멋진 자유를 꿈꾸고, 정의롭고 싶으며, 풍부한 상상력을 부러워 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러움은 나만의 세계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어 미래가 행복한 아이들로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간다. 책 으로 만난 삐삐는 인생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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