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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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곳을 병력으로 경계함이라는 뜻의 계엄(戒嚴). 사전에서 말하는 ‘계엄’은 그저 병력으로 경계한다는 말이니 그다지 무서운 말을 아니다. 그러나 군사용어로 계엄은 조금 다르다. '군사적 필요나 사회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하여 일정한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군이 맡아 다스리는 일. 대통령이 법률에 의거하여 선포하며,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이 있다’라고 정의 내려있다. 이 말이 주는 무게는 상당하다. 행정권, 사법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통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두 번의 계엄이 있었다. 두 번째 계엄이 끝나갈 무렵 이 소설을 만났다. 그래서인지 책을 펼치기를 조금 주저했다.

요모타 이누히코의 소설『계엄戒嚴』은 1979년 서울, 일본어 강사로 한국에 부임한 일본인의 반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세노 아키오와 저자 요모타 이누히코의 눈에 비춰진 그 당시 한국의 상황을 조금을 알 수 있었다. 세노가 이방인으로 살면서 서울에서 경험한 모든 순간들은 그를 질문의 연속으로 몰아넣었다. 민족이란 무엇인가, 역사는 무엇을 남기는가, 국가라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질문들은 1979년이 아닌 2025년을 사는 우리 모두의 질문이기도 하다. 불과 지난달까지 우리는 ‘계엄’의 공포에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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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걷기
박산호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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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만큼이나 구성도 화려하다. 

인터뷰이 열 명 모두 유명하다면 유명한 사람들이다.

유명하다는 것이 꼭 그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름이

기억되고 있다면 어떤 의미로는 성공한 삶이 아닐까. 


그동안은 여기 나오는 열 명의 인터뷰이에 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알려고 들면 알 수 있었지만, 궁금해도 직접적으로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박산호의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는 우리가 그동안 궁금해 했던 것들을  대신해 질문해 준다. 우리는 박산호를 통해 심에스더를 만나고, 최영진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점이 참 고마웠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제 2의 김지수를 꿈꾸고, 김완처럼 특수 청소를 업으로 삼고자 하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티벳 불교를 새로이 알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집트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인권운동이나 장애인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지도 모르는 것들을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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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위한 뇌과학 - 어제의 나를 위로하고 내일의 나로 성장하는 실천 방법
쿼카쌤(강건) 지음, 백정엽 감수 / 노르웨이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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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stress)는 외부 자극이나 변화에 대한 우리 몸과 마음의 반응을 의미해요. 원래 물체에 가해지는 압력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였는데, 지금은 우리가 겪는 심리적, 신체적 부담을 가리키는 말이 됐죠. p.112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해야 할 일을 늘 너무 많다. 회사에서도 일, 집에서도 일. ‘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끔은 짐처럼 느껴지지도 한다.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스트레스는 항상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쿼카쌤 스트레스는 데이트 전날의 설렘이나 첫 출근 전의 긴장감 같은 감정도 일종의 스트레스라고 표현했다. 이런 스트레스는 오히려 삶에 활력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스트레스라고 하여도 이것이 지속될 때 문제를 일으키는데, 우리 몸, 특히 뇌는 생존을 위해 항상 대비하고 있는 기관이므로, 스트레스 반응이라는 시스템을 작동시켜서 우리 몸을 보호하려고 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일 때, 긴장감이나 불편함을 넘어서 몸이 서서히 망가지게 되고 병에 걸리거나 몸과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 복식호흡, 마음챙김 명상하기, 등등 뇌를 돕는 스트레스 관리법도 함께 제시한다.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은 뇌와 마음에 쉼을 전해준다.

글이 명쾌하고 쉽다. 꼭 앞에서부터 뒤로 쭉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어느 쪽을 펴서 읽어도 좋다.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딱 골라서 발췌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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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 - 흙 묻은 손, 마음 담은 글
이동호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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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에 맞게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억지로 살지 않고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순리에 맞기고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저 받아들이고 물 흐르듯이 사는 삶을 말한다. 

어른이 되고 아웅다웅 발버둥 치고 살아보지만 삶이 그렇게 내 맘처럼 순순하지 않다. 

매일 매운맛 세상을 살다가 이 책을 펼지면 나도 모르게 시골 들판 어딘가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시골의 삶이 어쩌면 더 고단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농부의 편지를 보면 그저 마음이 푸근해진다.

 농부선생님이 보낸 편지의 부작용이다. 



이동호 작가의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를 읽고 나니, 

갑자기 요즘이 어느 절기쯤인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달력을 보니 경칩과 춘분사이이다. 

개구리가 나오고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지는 봄.  

그동안 절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잊고 살았다. 

하지만 농부들은 아직도 절기에 따라 산다. 

절기는 자연의 이치이고 시계이다.






120쪽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연중 24절기를 따라 사셨습니다.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으며 비슷하게 변해가는 걸 느낍니다. 『농사월령가』인가요? 24절기에 따라 때맞춰 농사를 짓는 시기를 서술한 조선시대의 책 말입니다. 기후가 많이 변하니 거기에 맞추어 살지는 않지만, 신新 농사월령가라도 쓸 것처럼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다가오니 배추 모종을 키우고 무씨를 준비해야겠다는 발상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배추, 무는 참깨 뒷그루로 심는 게 제일 맛있지요. 담배를 베어낸 밭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고요. 배추, 무 20~30포기면 겨 울 김장에 충분합니다.”





123쪽 "누구에게나 여름과 겨울은 힘들고 봄과 가을이 지낼 만합니다. 농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우내 봄을 기다리듯 여름날에는 가을을 기다립니다. 봄도 그렇지만 가을도 ‘ 이제 부터 가을이다‘라고 말뚝 박기는 참 힘듭니다. 입추 절기가 8월 초에 지나갔지만 누구도 가을이라고 말하진 않습니다."
- P123

132쪽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 들판에 천 석을 감한다고 했지요. 벼 이야기입니다. 남부 지방에서 주로 재배하는 중만생종 벼가 처서 절기쯤에 꽃을 피우는데, 벼꽃에게 수분과 수정을 위해 허락된 시간은 겨우 하루나 이틀입니다. "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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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 - 흙 묻은 손, 마음 담은 글
이동호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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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삶이 이렇게나 철학적이라니, 감동적입니다. 소박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꼭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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