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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한국 엄마에게 - 조작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의 민낯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4월
평점 :
‘선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어온 국제 입양 서사의 근본을 뒤흔드는 이야기, 너의 한국 엄마에게.
이 책은 입양을 통해 좋은 가족이 형성되고, 아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는 입양에 대한 익숙한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그러한 믿음이 어떤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지워지고 가려졌는지를 집요히 탐색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적 고백과 사회학적 탐사가 교차하는 형식에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두 아이를 입양한 당사자인 저자는, 입양의 선택과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기록했다. 아이를 처음 입양해 품에 안았던 순간의 충만한 사랑에서 출발해,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자신이 아이를 입양한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 조금씩 스며드는 의심과 불안, 그리고 그에 비롯된 죄책감까지의 변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러한 내적 균열은 저자를 더 깊은 탐색으로 이끌었다. 입양인들의 증언, 역사적 기록, 언론 보도와 연구 자료를 접하며 저자는 국제 입양이 어떻게 하나의 체계이자 산업으로 형성되고 정당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입양은 단순히 ‘좋은 일’이라는 명제로 환원될 수 없는, 수요와 공급이 맞물린 구조적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아동의 최선 이익’이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이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입양을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로 기능해 왔지만, 저자는 그것이 실상 매우 모호한 기준이며 때로는 제도의 폭력을 가리는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기록 조작, 생물학적 부모 정보의 의도적 누락, 부모가 존재함에도 고아로 처리된 사례들은 입양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개인의 삶을 지워왔는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위치한 입장을 피하지 않는다. 이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이 구조적 문제를 덮는 데 일조했을 가능성을 마주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지점에서 독자도 함께 단순한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으며, 독자 역시 입양에 관한 서사를 단순히 긍정적인 측면에만 치중하여 큰 의심 없이 받아들여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입양을 ‘구해주는 일’로 이해해 온 서사의 한계를 분명히 짚어낸다. 더 나은 환경에서의 삶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가령, 아이는 새로운 삶을 얻는 동시에 언어와 문화, 가족, 그리고 자신의 기원을 잃는다. 이러한 상실은 쉽게 회복되거나 대체될 수 없는 것이며, 개인의 정체성에 장기적인 영향을 남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권리로 아이를 그가 속해 있던 세계로부터 떼어낼 수 있었는가.’ 이 질문은 국가와 기관, 개인이 얽힌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형성된 국제 입양 시스템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를 준다.
- 본 도서 후기는 출판사의 제공을 받아 읽고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