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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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거짓말은 한치도 보태지 않겠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집중해서 재밌게 읽은 소설은 처음이다.

입바른 말이 아니다. 거기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책을 읽을 때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적이 없었다. 책을 펼치면 금방 다른 곳으로 정신을 돌리곤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어쩌면 처음으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분량이 무려 520쪽 가량에 육박하는 장편소설임에도 지루함 없이 폭주족처럼 질주해서 읽었다. 이 소설의 첫 인상…? 월, 수, 금마다 남편이 바뀐다는 파격적인 설정에 이끌렸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허즈번즈는 역사, 무속, 범죄, 로맨스물이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허즈번즈는 허즈번즈 그 자체로 그냥 하나의 장르이다.

쌀 여덟 섬에 쌀가게 집안에 팔려 시집온 주인공 수향. 낯선 집, 낯선 사람, 선택하지 않은 결혼. 밤에만 수향을 찾아오는 요일마다 다른 모습의 남편….

미스터리 가득한 전개로 시작해서 원펀치로 독자의 이목을 크게 끌고, 이후 밝혀지는 전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그 인물들과 주인공 수향이 맺어가는 긴밀한 구원 서사로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들며, 마지막 몰아치는 전개에 결말까지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는 완벽한 대서사극이었다.

가장 감탄했던 건 설정만 따로 빼도 독보적인 것을 일제강점기, 6•25전쟁이라는 시대 배경에 너무도 잘 녹여내어 풀어냈다는 점. 이 작가님은 정말 천재이신 걸까?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신 걸까?

거기에 소심하고 연약한 줄만 알았던 주인공 수향이 ‘남편들’을 거느리며, 궂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지배와 포용을 통해 독특하고 새로운 가족과 사랑의 형태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수향이 성장할 때마다 허즈번즈의 재미는 배로 껑충껑충 뛰어오른다. 꾹꾹 막히는 부분 없이 시원한 쾌재를 일으키며 우걱우걱 글을 읽어갔다. 무속적인 부분도 작품의 분위기를 확 휘어잡아서 너무 좋았다.

1945년 일제강점기 해방을 기점으로 1951년까지의 서사를 담고 있는 수향의 이야기, 허즈번즈. 인생이 매번 무료하고, 새롭고 짜릿한 자극이 필요한 이들이여, 허즈번즈를 듭시다.

원래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만 알고 싶은 법이지만, 허즈번즈는 정말 찐으로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이다. 온 세상에 소문내서 허즈번즈 안 읽은 사람 없이 만들고 싶다.

욕심 보태어 영화나 드라마로도 나왔으면 좋겠지만, 뭔가 20금 이상 찍을 것 같은 느낌…. 아, 하지만 작가님의 필력을 과연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 올해 제 크리스마스 파트너는 허즈번즈로 결정.

* 이 책은 텍스티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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