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이 흔들릴 때 니체를 쓴다 - 니체가 묻고 내가 답하는 100일 인생문답
이인 지음 / 서사원 / 2026년 1월
평점 :
우리가 철학자의 말을 필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찍이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이들의 생각의 길을 따라 걷기 위해서가 아닐까.
필사는 문장 하나하나를 써 내려가며 철학자의 사유에 잠시간 머무는 시간을 갖는 행위가 아닐까. 단순히 그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그가 겪었던 경험이 되는 것이다.
또한, 철학자의 생각과 본인의 생각을 맞부딪히게 하는 행위로써 필사를 하는 것이 아닐까. 철학자의 생각을 한 획씩 써 보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착하게 하는 것이다.
철학자의 말은 대개 밀도가 높아 단순히 읽는 행위만으로는, 모래가 손으로 빠져나가듯 쉬이 기억에서 사라지곤 한다. 필사는 그나마 철학자의 그러한 말을 느리게 붙잡아 두는 행위이기에, 우리가 속도를 늦추는 순간, 문장은 정보가 아니라 사유의 무게로 남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혼자 생각하기 두려울 때, 믿음직한 누군가의 사유를 옆에 두고 견디거나 위로 받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필사는 좋다. 그간 필사를 쭉 해 오며 느꼈던 생각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단순히 철학자의 문장을 필사하는 것을 넘어, 내가 ‘철학자의 문장에서 비롯한 어떠한 질문에 답하는 책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쓰는 것을 넘어, 직접 사고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마침 딱 좋은 책을 알게 되어 감사히 읽게 되었다.
바로 쇼펜하우어 다음으로 인상 깊은 철학자인 니체의 문장을 담은 ‘삶이 흔들릴 때 니체를 쓴다’. 이 책은 이제껏 만난 필사책들과는 달리 굉장히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 철학을 일상의 고민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이해하도록 돕는 실천형 니체 입문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의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니체의 문장을 읽고 → 저자 해설로 사유를 확장하고 → 질문에 답하며 나를 점검하는’ 3단계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가 스스로의 감정·관계·삶의 방향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니체의 100가지 문장을 중심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내 사유의 여지를 넓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필사는 자칫하면 ‘예쁘게 글 쓰는 것에 집중하기’ 활동에 매몰되기 십상인데, 이 책은 그러한 부분을 약화하여 다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독자가 진실로 철학자처럼 ‘사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사유와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치지 말고 읽고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더불어 평범했던 필사책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따라 쓰는 것을 넘어, 사유하고 내가 ‘직접’ 새롭게 쓰는 문장을 기록하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필사책. 여러 필사책 중에 한 권을 딱 골라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을 선택하고 싶다.
* 이 책은 서사원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