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그런 날이 온다. 나 꽤 잘 버텨온 것 같은데 우르르 무너지고, 이제껏 잘 해오던 일도 막연하고 버거워지는 때가.
맑은 날이 있으면 비가 오는 날이 있듯, 우리의 마음도 햇빛이 지는 때가 있고 그늘이 지는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우리 마음이 자주, 그리고 더 무겁게 기우는 쪽은 대부분 그늘이 지는 때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꽤나 자주 슬퍼지곤 한다. 자주 주눅 들고, 무언가 망쳐 버린 것만 같고, 한 마디로 걱정이 태산이다. 나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화된 사회에서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고민과 외로움을 달랠 길은 쉽지 않다.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앞서 말했듯, 각자가 가진 그늘이 있고, 아픔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에서는 따뜻하게 이해하고 다독여준다. 그 이해와 다독임은 저자의 그늘과 아픔에서 비롯되어 독자에게 공감을 이끈다.
뻔한 힐링 에세이는 싫다. 그 속에 담긴 건 알맹이 없는 위로일 뿐, 해결책 없이 공허하게 퍼지는 메아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에 사람의 힘든 마음을 돈벌이라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도저히 손이 가지 않았다.
솔직히 이 책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내심 반감을 가졌다. 그래도 어쩌다 읽어보게 됐다. 일단 많은 사람이 읽어봤다고 하니까. 50만 부가 팔리고, 아마존 베스트셀러까지 한 책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성숙한 사람이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글에서는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가 위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느껴졌다.
살아오며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상황이 유사하게 이입되는 글도 있었다. 몇몇 글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여전히 방황하고 혼란을 겪던 내게 자그마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책은 크게 감정, 인간 관계, 사랑, 자기 보호, 우울과 불안, 응원과 위로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가장 힘이 되었던 파트는 감정이었다.
나의 삶을 이끌고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내 의지에 달려있음을 상기했기에 특히 이 파트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간 내 주변 상황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내가 나를 더욱 괴롭히고 있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염려할 가치가 있는 일에만 염려하고, 힘들 가치가 있는 일에만 힘내고, 내 감정과 노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아낄 것. 45페이지에서 기억에 남는 좋은 문장이었다.
문득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을 때, 이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싶다. 나를 그늘지고 아프게 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너무나 미워진다면, 그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이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응원하고 있는 이가 있음을 알게 될 테니.
소란히 파도치는 마음을 잔잔히 위로하는 따스한 마음이 담긴 책.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세대 불문 연말 입문 독서 책으로 추천.
* 이 책은 부크럼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