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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이끄는 자리 - 모두를 위한 의료와 보살피는 삶의 인류학
서보경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5년 2월

어떤 책일까?
🌼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지역 거점 병원 ‘반팻 병원’을 중심으로, 저자가 2년여간 현장 연구를 진행한 내용을 담았다.
연구의 내용은 사회보장제도의 운영과 공공 병원의 작동 방식 위에서, 만성질환, 이주민, 빈곤과 정신 건강 등 위기의 삶에 놓인 사람들의 어려움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탐구한다.’

무엇을 알려주는 책일까?
🌼 ‘자본과 기술보다 ‘돌봄’이 의무로 앞서 의료 현장을 이끌 때,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준다.’

누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일까?
🌼 ‘태국의 공공 의료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그들의 삶에 얽힌 돌봄의 형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궁금한 사람. 돌봄을 주제로 한 심층 연구가 담긴 의료인류학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사람.’

개인적인 감상
🌼 ‘공공 의료의 존재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태국과 비교하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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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돈이 없어도, 보험이 없어도, 시민권과 이름이 없어도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된 태국 치앙마이의 ‘반팻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공 병원인 반팻 병원은 다른 민간 병원과는 다르게 늘 재정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돈벌이’를 걱정하지 않고, ‘돌봄의 의무’를 우선하는 모습을 지킨다.

태국의 의료 시스템 현장이 생생하게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의료 시스템 현장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현재 한국은 의료 선진국이라는 명성이 위기인 상태이다. 소아과는 오픈런, 환자는 응급실 뺑뺑이로 병원에서 거부당하는 실정이다.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음을 겪는 이러한 현상은, 의료의 자본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의료의 자본화로 인한 인력 유출에 따른 환자 수용 능력 저하는, 공공 의료 시스템의 약화를 더욱 가속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요구하는 자격 요건에 충족되지 않는 신분이라도, 우선은 공공 병원에 오면 누구든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된 태국의 반팻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본화를 앞선 돌봄의 우선이 공동체에 일으키는 영향’에 관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돌봄 의무화가 의료 자본화를 앞서 이뤄질 때, 의료 서비스가 단순히 질병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돌봄을 통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회로망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5장 ‘여린 삶, 어린 죽음’이었다. 공공 의료 시스템의 전체 구조가 아기들의 짧은 생존을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공공 의료 시스템의 발달에서 탄생한 새로운 사명은, 어린 아기들의 돌봄과 죽음이 의료화된 공간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치앙마이 곳곳에서 위독한 아기들이 조치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받게 되면서, 의료 접근성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아기가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병원에서 최선의 조치와 인간으로서 인도적인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책을 읽으며 태국에서 민간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가난하고,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며, 사회의 구석으로 내몰린 이들이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의 돌봄 회로망에 연결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 분투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돌봄의 작동 방식을 마냥 단순히 제공하는 자와 받는 자로 이뤄지는, 수동적이고 무력한 관계로 정의할 수 없음을 느꼈다.

이 책은 더 많은 사람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한국 사회의 전망을 앞두고, 이러한 태국의 이야기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자본과 돌봄 사이에서 무엇을 위주로 향하면 좋을지 의료 시스템의 다양한 제도와 방향성을 고민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