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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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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일까?
🌼 ‘한국을 비롯하여 고대 그리스, 로마, 핀란드, 인도, 일본 등 세계 다양한 국가의 목욕 문화 및 역사가 어떻게 발전되고 흘러왔는지를 담은 책.’
무엇을 알려주는 책일까?
🌼 ‘우리가 일상 속 당연한 행위로 여기는 목욕을 ‘낯설게 보는 과정’에서, 그러한 행위가 어떤 맥락으로 이어져 왔는지를 흥미롭게 알아볼 수 있다.’
누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일까?
🌼 ‘옛날 사람은 어떻게 씻었는지 궁금한 사람, 목욕 관련 전반의 역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궁금한 사람, 세계 각지의 목욕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
개인적인 감상
🌼 ‘이전에는 목욕이라는 행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책을 읽고 그러한 행위가 인간 습성이기도 하면서, 무엇보다도 여러 맥락과 전통이 따르는 문화적 행위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은 참 오래전부터 씻어 왔다. 그것은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무의식적인 행위였기에, 우리가 ‘왜’ 씻었는지에 더불어 ‘어떻게’ 씻어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을 만한 계기는 크게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행위를 낯설게봄으로써, 익숙했던 행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맥락을 만나볼 수 있게 한다.
독자는 다양한 국가의 목욕 문화 및 역사를 읽어보며, 목욕이라는 행위가 어떤 역사와 맥락에서 이뤄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목욕은 어떤 측면에서는 단순히 더러움을 씻어내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욕은 종교의 신앙 행위로써 이뤄질 수도 있고, 목욕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은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목욕은 위생과 청결을 위한 정돈의 행위 이상으로, 문화적 의례를 위한 행위의 역할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목욕에 관심이 없거나 자주 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에서는 오히려 대형 목욕탕이나 목욕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적절히 갖춰진 시기가, 고대부터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십자군 전쟁 이후 흑사병이 발생하며, 이전에 번성했던 목욕 문화가 폐쇄적으로 후퇴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이후 다시 번성을 이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의 1부에서 세계 각국의 목욕 역사를 다뤘다면, 2부와 3부에서는 한국의 목욕 역사를 중점으로 다룬다. 2부는 고려부터 조선, 그리고 근현대까지의 목욕 역사를 볼 수 있었다. 3부는 한국의 공중목욕탕 번성과 쇠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목욕 문화의 발전이 앞으로는 어떻게 이뤄질지 그려볼 수 있었다.
또한, 앞선 목욕의 역사와 문화에서 파생된 위생 인프라의 발달을 통해, 현대의 목욕이 얼마나 간편화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특히 옛날에는 온수를 얻기 위해 다방면의 막대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나의 예로, 조선시대에는 왕조차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온천에서 마음 편히 씻기 위해 엄청난 짐과 식솔을 데리고 장거리 대이동을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주변의 수도꼭지만 돌려도 어렵지 않게 온수를 접할 수 있다. 이런 당연함에 가려진 편리함에 새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목욕에 대한 접근과 과정이 고대보다 훨씬 간편해졌지만, 모두가 함께 씻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를테면 공중목욕탕)이 사장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공중목욕탕은 목욕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어쩐지 목욕탕에서만큼은 은근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 목욕탕을 간다고 한다면, 평소에는 털어놓지 못했던 진솔한 모습을 공유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의 폐쇄가 잇따르면 가뜩이나 개인주의가 심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남들 앞에서 옷을 벗고 몸을 드러내고 씻는 것에 어쩌면 점점 더 거부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함께 몸 놓고, 마음 놓고 푹 씻을 수 있는 공간 한켠은 그래도 어딘가에 남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목욕탕이 고시원이나 쪽방 등, 씻기가 여의치 않은 환경에서 사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모든 사람이 걱정없이 편안히 씻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부끄럽게도 이제야 깨닫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