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 트라우마 회복 후 성장하는 5단계 프레임워크
에디스 시로 지음,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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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우리의 삶을 더는 예전과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개인 및 집단이 몇 년을 고통 속에 매몰되어 갇힌 채, 사회적 역할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생활 자체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전쟁, 재해, 팬데믹, 개인적인 요소 등이 트라우마가 되어 오랜 시간을 고통과 비탄에 빠진 사람을 보면 이러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일이 과연 가능한지 여부에 회의감이 들 수 있다. 그런 트라우마의 양상을 통해 트라우마는 개인을 철저히 파괴하는 힘만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트라우마에는 회복과 재건의 길로 ‘전환하는’ 힘도 있다고 주장한다. 임상심리학자로서의 20여 년간의 경험 동안, 저자는 상처와 상실, 폭력 및 심각한 질병을 앓은 사람들에게서 영원할 것 같은 비극으로부터 성장과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는 앞선 트라우마에 늘 갇혀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트라우마의 영향을 덜 받는 듯 보이며 트라우마를 치유와 전환을 통해 성장을 이루는 계기로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어떻게 그러한 계기를 만들 수 있는지, 25년에 걸친 연구 끝에 이 책을 통해 답을 내어놓는다.

이 책에서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뒤로, 이를 초월하여 내적 성장을 이루는 일련의 과정이 어떠한 양상과 단계를 가졌는지 안내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 이러한 회복을 겪는 과정을 ‘외상 후 성장’이라 일컫는다. - PTG(post-traumatic growth)

구체적인 트라우마 극복과 회복의 과정을 소망하는 독자라면, 앞선 외상 후 성장에 불씨가 일기 위해서는 어떠한 계기가 필요한지 명쾌하게 알 수 있어 도움이 될 듯하다. 무엇보다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야를 틔워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함을 보인다.

보통 트라우마라 하면 마음에 묻고 고통스러워도 살아가는 것으로 치부하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은폐하지 않으며 온전히 받아들인 상태에서 스스로가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는 트라우마로 조각난 삶을 다시금 이어 붙여, 이전과 다른 새로운 자신으로 더욱 당당하고 단단한 내면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넨다.

이 책은 트라우마는 회복의 과정도, 그 기간도 개인차가 극심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트라우마가 더욱 까다로운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어렵더라도 비교적 공통된 방법으로 평탄한 길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더불어 트라우마 수용, 회복, 재건을 위한 일련의 과정과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치유의 언어 및 조언을 제안하는 방법을 동시에 배울 수 있다.

물론 트라우마를 수용하는 첫 단계부터 버거울 수 있다. 다만, 책에서 저자가 보고 겪었던 많은 이들의 극복 사례를 통해 스스로 트라우마로부터 평생을 얽매이지 않고, 조각난 삶이라도 다시금 단단하게 재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고취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부록으로는 자신이 외상 후 성장 및 전환 과정을 적절히 겪고 있는지 문항을 통해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자료를 준다.

트라우마를 단지 나약해 빠진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시선을 넘어, 그 과정을 극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버거우며 때로는 위대하기까지 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위해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지도 함께 알았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과연 공동체적인 힘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인 시각이지만, 우선은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면 조금씩 시작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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