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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
로빈 노우드 지음, 문수경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11월
평점 :
사람은 대부분 살면서 한 번쯤은 ‘너무 많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험을 겪는다. 심지어는 그러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계속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관계에서 자신을 잃고 상처받으면서까지 사랑 아닌 사랑을 이어가는 예도 있다.
고통스러운 사랑을 반복하는 사람은 ‘내’가 중심이 되는 사랑이 아닌 ‘네’가 중심이 되는 사랑을 한다. 가령, 상대방에게 내가 필요한지 지나치게 고민한다거나, 오로지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관계를 이어간다거나, 상대방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불완전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거나, 상대가 나를 떠날까봐 두려움에 빠지거나 하는 등으로 말이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어째서 이러한 중독적인 사랑 방식에 휩싸이게 되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은 내게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기 파괴적인 사랑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지독하게 어려운 까닭이 ‘어릴 적 가족 간의 애착 관계 형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상대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어째서 상대는 멀어지고, 끝내 자신은 버림받아 상처받는 과정을 반복하는지에 관해서도 알아본다.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과정을 하나씩 짚어보며, 독자는 그동안 내가 했던 사랑이 사실은 진짜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상대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어째서 상대는 멀어지는 것이고, 왜 자신은 상대에게 버림받아 상처받는 과정을 반복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렇듯 아픈 사랑을 반복하는 이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들이 그러한 사랑을 반복하는 이유를 심리적 근거를 들어 하나씩 짚어가는데, 그 사례들이 본인이 몸소 겪고 느꼈던 경험과 굉장히 유사해서 놀라웠다. 본인도 이전에 이 책에서 말하는 아픈 사랑을 반복하는 자기 파괴적인 일상을 몇 년 이상 지속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해로운 관계 지속을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어때서인지 그만두지 못했는데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중독적인 사랑 방식에 빠진 이들을 약물, 알콜 중독에 빠진 이들에 비유하는데, 중독적인 사랑 방식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정말 딱 그에 일치하는 심리 같아서 와닿은 부분이었다.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고, 스스로는 벗어나기 매우 어려워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이다.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읽었더라면 남을 사랑하느라 나를 잃지 않아도 됐을 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나를 먼저 돌보고 사랑해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깨우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읽게 되어 다행일지 모른다.
혹여나 내게 해로운 관계를 놓지 못하는 아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스스로를 잃어가면서까지 고통스러운 사랑을 붙잡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건강한 사랑을 시작할 준비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