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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미워해도 괜찮습니다 - 살면서 한 번은 읽어야 할 부모와의 관계 정리 수업
가와시마 다카아키 지음, 이정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1월

자녀에게 부모란 자녀가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크나큰 세상이다. 자녀는 부모라는 세상 그늘에서 자라며 점점 더 다양한 세상을 마주하고, 본인 생각을 정립하며 확장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어른이 된다. 그러니 부모라는 존재는 어떤 형태로든 자녀에게 가장 강렬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 건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유익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모라는 존재가 자녀에게 평생 해악을 끼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으며, 실제로도 부모와 얽힌 극심한 고통의 경험으로 어른이 되어서까지 슬픔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른이 되었는데도 정서적으로 부모에게 통제당해 자신의 주관대로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부모를 미워해도 괜찮습니다>는 그런 억압적인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주관과 자유를 찾고 행복해지기 위한 실천 방법을 담은 책이다.

책의 저자는 어릴 적부터 무관심한 아버지와 신경질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항상 부모의 기분을 살피며 불편한 삶을 살았다. 그런 탓에 성인이 되어서까지 늘 남의 눈치를 살피고, 자신의 성격에 대한 자책에 빠져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에 심리 상담과 심리학 공부를 통해 자신을 괴롭힌 문제의 근원을 마주하게 되었다.

평생 저자를 괴롭힌 문제의 근원은 ‘잘못된 부모와의 관계 맺음’이었고, 저자는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부모와의 ‘거리두기’를 실천함으로써 건강한 자신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후에는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13년째 심리 상담가로도 일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억압적인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벗어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부모가 왜 자녀를 통제하려 하는지 여러 유형을 통해 파악할 수 있고, 통제하려는 부모에게 대응하여 자녀가 자신을 지키며 건강하게 부모와 선을 긋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실용적이다.
끝으로는 부모의 억압에서 벗어난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부모의 가스라이팅으로 자책과 고통에 빠진 채, 매일매일 자신을 잃어가던 세상의 모든 자녀들의 홀로서기를 격려하고 건강한 자신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따뜻한 희망을 전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우선 자녀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라는 존재가 신성시될 이유는 없다. 낳아줬으니 부모에게 잘해야 한다, 감사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부모는 본인들의 선택을 통해 멋대로 자녀를 세상에 불러낸 입장인데, 자녀에게 무한한 기대와 선의를 바란다. 오히려 부모의 욕심에서 태어나준 자녀에게 잘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보면 주객전도이다.

또한, 부모를 향한 자녀의 선의는 자녀의 의지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부모의 강요로 이루어질 이유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자녀가 부모의 만족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꾸짖는 것도 생각하면 잔인한 일이다.

부모가 불가능한 것을 자녀에게 바라서는 안 되고, 가능한 것이라도 자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할수록 자녀를 통제하려 드는 것 같다. 자녀도 마찬가지로 앞서 말했던 사실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부모에게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깨달음을 함께 전하고 있다. 자녀는 존재하게 된 것만으로도 부모에게는 충분한 기쁨을 주고 의무를 다한 것이니, 부모가 요구하는 그 이상의 의무를 죄책감을 짊어지면서까지 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때문에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성장하며 부모로부터 상처 받은 모든 자녀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이전보다 당당히 부모를 미워할 수 있고, 나아가 건강한 독립적 사고를 갖게 되기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